[노트펫] 개 도살장 경비견으로 수없이 많은 죽음을 지척에서 지켜보면서 죽어가던 핏불테리어의 새가족 찾기가 시작됐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지난 9일 '도살장을 지켜야 했던 개, 투병중인 핏불 '코타' 의 새 삶을 지지해 주세요'라는 글을 게시했다.
카라는 지난 7월 고양시 용두동의 개 도살장에서 33마리의 개를 구조했다. 도사를 비롯해 믹스견, 그리고 한 때 가정견으로 살았던 개 등 여러 개들이 이곳에서 구조돼 우선 건강 회복 과정을 거쳐 새삶을 준비하고 있다.
코타는 도살장 마당 한켠, 뜬장 맞은편에 묶여 지내고 있었다. 도살장에서 개도살장을 지키는 목적으로 기르던 7마리 핏불 가운데 하나였다.
경비견들은 도살 대상은 아니었지만, 주변에 산더미처럼 쌓인 고물과 생활 쓰레기, 죽임을 당한 개들의 털들이 쌓여있던 봉투 사이에 짧은 줄에 묶여서 지내고 있었다.
그러니 코타는 계속해서 개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지척에서 겪어야 했던 처지였다. 개들이 강제로 끌려가는 모습을 봤고, 죽으며 내지르는 비명을 들었다.
카라는 활동가들이 도살장을 모니터링 할 때, 평소엔 목줄 없이 풀려 지냈던 코타가 도살이 진행될 때 만큼은 자신의 작은 개집으로 들어가 몸을 숨기고 숨죽이는 것이 관찰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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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는 물론 환경도 좋지 않았으니 경비견들이라고 멀쩡할 리는 없었다. 대부분 심장사상충에 감염되어 위급한 상황이었다. 혈액검사상 모두 탈수와 빈혈, 영양실조가 진단됐고 자궁축농증이 있거나 간수치가 높기도 했다. 쓰러졌다면 도살장에 곧장 끌려가는 처지가 됐을 것이 뻔했다.
코타도 그랬다. 구조된 이후 심장사상충 사전처치약을 먹던 코타는 지난 8월 초 상태가 갑자기 악화됐다. 코타는 원래도 말랐지만 며칠 먹지 못해 뼈가 드러날 정도로 살이 빠져버렸고 복수까지 차올랐다. 진단 결과 심장사상충 4기였고, 간수치는 매우 높았으며 신부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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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힘겨운 치료를 잘 버틴 덕분에 코타는 서서히 복수도 차지 않게 되었고, 식욕이 좋아지고 컨디션을 회복했다. 그렇게 심장사상충 치료는 재개됐고, 한 달이 넘는 시간 끝에 병원에서 퇴원하고 카라의 더봄 견사로 입소해 돌봄을 받으며 지내고 있다.
카라는 "코타는 장난감과 이불을 좋아해서, 마음에 드는 자리로 이불을 끌고 들어가기도 하고 다시 예전처럼 밝은 표정을 지어주며 일상을 되찾아 가고 있다"며 "지금은 바뀐 환경에 낯설어 하지만 사람을 좋아하고 성격이 무던해서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카라의 목표는 회복에서 끝이 아니다.
카라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잘 버텨준 코타가 대견하고 힘들었던 만큼 무사히 회복하고 완치판정을 받으면 평생 가족을 만나게 해주고 싶다"며 "그저 '핏불테리어'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오랜 시간 병들어가며 도살장에서 지내야 했던, 그러나 품에 안기려 응석을 부리며 다정하게 사람을 대하는 코타에게 평생 가족을 찾아주는 여정에 함께 마음을 모아달라"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