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군대 간 아들이 휴가 나오는 날 엄마가 밤잠을 설친 또다른 이유가 따스함을 주고 있다.
강원도 태백에 거주하는 미나 씨. 지난 4일 이날 휴가를 나오는 아들을 맞이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무엇보다 아들과 강아지가 처음으로 만나는 날이었기 때문에서다. 미나 씨 네는 지난 5월 말티즈 강아지 딱지를 반려견으로 맞아들였다.
9개월이 좀 넘었던 딱지. 인터넷에서 이사한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지 못하게 해서 입양처를 구한다는 사연을 보고선 대전까지 무작정 달려가 데려왔다.
미나 씨 네는 3년 전 10년 넘게 키웠던 반려견을 떠나보냈다. 그리곤 강아지를 다시 들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심장병으로 반려견을 보내고, 떠나보내는 아픔을 다시는 겪기 싫은 생각에 애써 외면했던 마음이 열리기까지 3년이 걸린 셈이었다.
데려온 지 3주가 됐을 무렵 이미 딱지는 가족들을 사로잡아버렸다. 딱지는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있다가 가족 중 누가 들어오기라도 하면 너무 반가워했다. 사람이 너무 좋아서 오줌을 지리는 흥분성 요실금을 갖고 있는 강아지들이 있다는데 딱지도 그랬다.
아침 저녁으로 조금이라도 산책을 빼먹지 않는 미나 씨. 정오에 딱지를 보러 집으로 밥먹으러 오는 딸. 3교대 근무여서 집에 있는 시간이 엇갈리기도 했던 아빠도 딱지 덕분에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늘었다.
2kg도 안되는 조그만 녀석이 바꿔놓은 변화였다. 먼저 떠난 강아지 보고싶다는 푸념에 어디가서 아픈 강아지라도 데려오라고 성화였던 딸이 고맙기까지 하다. 미나 씨는 "딱지가 온 뒤 집안이 밝아졌다"며 "늘 옆에 따악 껌딱지"라고 흐뭇해한다.
그런데 이런 딱지를 아직 보지 못한 가족이 있었다. 지난해 9월 군대 간 아들이었다. 누구보다 떠난 페키니즈 반려견을 그리워하면서 '다시는 강아지 키우지 않겠다'고 힘들어했더랬다.
어릴 때 훈련사가 꿈일 정도로 강아지를 사랑하고 마음이 따뜻했던 아들. 1박2일 캠프 가 있는 동안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망연자실했다. 마지막을 함께 해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반려견을 잃은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그러니 아들과 딱지가 처음 만나는 날, 엄마는 누구보다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다. 목욕시키고, 빗질하고, 무엇보다 덩치 큰 남자들만 보면 으르렁대는 딱지가 아들을 보고서는 그러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아들을 기다렸다.
문이 열리고 아들이 들어섰다. 딱지는 아들을 보고 짖지도 않고 냄새를 맡으며 꼬리를 흔들어댔다. 남자만 보면 그리 짖어대던 녀석이 진짜 신기했다. 하지만 아들은 그렇지 못했다.
첫째날은 그냥 쓰담쓰담만 하는 아들. 둘째날은 간식을 주며 '앉아' '손'하더니 장난도 쳤다. 셋째날에서야 딱지를 한 번 안아보더니 가볍다면서 너무 이쁘게 생겼다고 했다.
다만 마음을 연 것은 아니었고, 문자 그대로 겉모습이 예쁜 강아지라는 뜻이었다. 딱지를 너무 좋아하는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준 아들이었다.
휴가 마지막날 딱지 괜찮냐는 말에 아들은 괜찮다면서 '그런데 우리 강아지가 아닌거 같다'고 했다. 페키니즈에 대한 그리움은 역시나 그리고 여전히 컸다.
미나 씨는 "마음의 문을 완전히 열고 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다"며 "저 역시 딸아이가 누구든 데려오라해서 용기내서 데려온 딱지를 통해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가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울아들도 딱지를 통해 마음이 치유되기를 바란다"며 "아들이 내년 봄 제대하고 나면 딱지랑 제대로 가족이 되겠죠?"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