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욱展 '우리의 메타스페이스'
서울 강남구 역삼동 ADM갤러리, 11일까지
[당근이네] 강아지와 함께 전시회를 갈 순 없을까. 애견인들의 바람을 실현해 주는 전시회가 서울 강남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ADM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만욱 작가의 ‘우리의 메타스페이스’ 전시회에 다녀왔다. 메타스페이스는 현실의 팍팍한 삶을 유지하고 버틸 수 있게 도와주는 공간이며, 꿈과 판타지, 유토피아 같은 단어로도 표현된다.
그렇다면 작가가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이상의 공간, 메타스페이스는 어디일까. 화려하면서도 환상적인 색감으로 표현되는 작가의 메타스페이스에는 강아지와 함께 하는 순간이다.
작품의 제목부터 ‘개걔계’, ‘가리려던 찰나에 나타난 너를 위한 기도’, ‘여기에 지금 우리가 함께 있으니 다리가 저려도 괜찮아’, ‘언어가 다른 친구와의 대화’, ‘각자의 방식으로 함께 살기’ 등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공감하게 될 순간들이 담겼다.
작가의 이번 전시회는 드물게 애견 동반이 가능하다. 작가는 “강아지와 산책을 하다 그림을 보고 같이 느끼고 싶은 순간이 오면 행복할 것이란 생각을 했다”면서 “작품 훼손 우려 탓이라면 강아지를 안고서라도 볼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전시회를 간 반려견 당근이도 조용하고도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전시를 봤으며 다른 관람객들도 정중하게 당근이를 맞아줬다.
강아지와 함께 있는 순간을 메타스페이스라고 부를 만큼, 작가는 강아지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애견인이다. 두 마리의 강아지를 먼저 보낸 후, 지난해 겨울 김제보호소에서 2개월이 갓 지난 꼴라를 입양했다. 작가는 꼴라와의 만남을 운명이라고 표현한다. 입양 하자마자 파보 장염을 심하게 앓은 꼴라를 보며 자칫 하루 이틀만 늦었어도 못 만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꼴라 뿐만 아니라 모든 강아지가 사람들과 행복하게 함께하는 순간을 꿈꾼다. 작가의 작업실이 있던 동탄이 신도시로 개발되며, 한순간에 길거리로 내몰리고 갈 곳을 잃은 채 버려진 강아지들이 그의 부채의식 속에 늘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인간이 정한 대로 쓰이고 버려지는 비(非)인간종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려 작업이란 행위를 통해 죄스러움을 덜어내려 했다”면서도 비인간종이 나란히 존재하는 메타의 공간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전시회는 오는 11일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로 14길 4층 ADM갤러리에서 열린다. 입장료는 없다. 반려인이라면 강아지와 함께, 혹은 함께가 아니더라도 가 볼만한 전시회다.
강아지의 눈을 바라보는 순간, 더 평평한 삶이 메타스페이스인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만한 공기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만욱 작가의 '우리의 메타스페이스' 소개글은 당근이네에서 작성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