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갤러거 멜슨 CEO 인터뷰
"한국 반려동물 문화 단시간내 형성..이색적"
"젊은 여성층이 주력..프리미엄 제품 수요 꾸준"
"한국에는 유모차가 반드시 필요할 것같습니다. 개를 안고 다니는 분들이 엄청 많군요. 유럽에서는 주로 끌고 다니는데 말이죠."
지난 7일 일산 킨텍스. 제5회 대한민국산업박람회 케이펫페어 현장에서 마크 갤러거(Mark Gallagher·사진·47)씨를 만났다. 갤러거씨는 독일의 프리미엄 반려동물용품업체 멜슨의 창업자이자 CEO다.
독일의 반려동물 용품업체 멜슨의 마크 갤러거 CEO가 7일 케이펫페어에서 제품 소개를 하고 있다. |
멜슨은 2009년 런칭한 비교적 신생업체인 데다 우리나라에서 인지도가 아직 높지 않다. 하지만 그는 멜슨을 창업하기 전 20여 년간 이쪽 계통에서 일해 왔던 전문가다. 서구의 전문가 눈에 비친 우리나라 현황이 궁금했다.
"한국의 반려동물 문화는 아주 짧은 시간 안에 형성돼가고 있어요. 유럽에서 느린 속도로 문화가 형성돼온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죠."
우리나라는 '빠른 추격자'(패스트 팔로어; Fast Fallower)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플의 아이폰이 대세가 되자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전력을 기울여 균형을 잡은 것이 대표적이다. 그의 눈에는 이런 특징이 반려동물 문화에서도 보였나 보다.
빠르게 형성돼 가고 있는 반려동물 문화의 주력은 어느 세대일까. 그는 젊은 계층, 그중에서도 젊은 여성을 주력으로 파악했다. "박람회에 젊은이들이 많아요. 특히 35세 미만의 젊은 여성들이 눈에 띕니다. 유럽에서라면 아이를 안고 다닐 나이에 강아지를 안고 다니고 있죠."
그래서 엄살반 진지반으로 나온 말이 멜슨은 아직 만들고 있지 않은 유모차다. 유모차를 갖고 있다면 안고 다니느라 힘쓸 일이 없을테니. 그의 눈에 비친 우리나라 문화의 차이점은 소형견을 주로 키운다는 널리 알려 알려진 사실 말고도 또 있다.
방석이 하우스(이동장) 대용으로 쓰인다는 점이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하우스는 일상 생활의 필수 품목이다. 여행갈 때나 집에서 키울 때 빠지지 않는다.
개도 자신 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그런 수단으로써 하우스는 아주 유용하고 필요하다. 여행 가서 하우스에서 자는 것이 일상화돼 있고 개들도 보다 더 안정감을 느낀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하우스는 병원에 갈 때 쓰는 물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어쩌다 가끔 큰 마음을 먹고 여행갈 때 먼지를 털어내고 쓰는 물건이기도 하다.
대신 방석이 그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여행 가서도 하우스 대신 방석에서 재운다. 마약방석이 불티나게 팔리는 현실이 이를 잘 나타내준다.
이런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할 것이라는게 그의 생각이기도 하다. 어찌보면 개를 안고 다니는 그래서 더 소중히 여기는 문화가 제품 특성에 더 맞을 수도 있다.
마케팅 출신의 마크 갤러거 CEO. 매장에서 절대 앉아 있어서는 안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
멜슨은 2009년 아웃도어 겸용 하우스를 내놓은 이래 지금까지 14개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고양이 모래. 반려동물 전용 손수건. 땅속에서 썩는 친환경 밥그릇 등이다.
가짓수는 많지 않지만 한 번 구매하면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2016년까지 4개가 제품이 추가된다. 가격은 중상급으로 중국산 저가 제품을 보고 멜슨 제품을 보면 한번쯤 주저하게 된다.
갤러거 CEO는 "시장에는 저가의 중국산 제품들이 참 많다. 하지만 많이 팔리는 것보다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로 인식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며 "몇 년 뒤면 매출에 관한 질문에도 답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출 실적이나 목표를 밝히기를 꺼려했지만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이미 24개국에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씨뿌리는 작업부터 착실히 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