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친구들에게! 50년 동안 찰리 브라운과 그의 친구들을 그릴 수 있어서 난 매우 행복했어. 찰리 브라운, 스누피, 라이너스, 루시, 어떻게 이들을 잊을 수 있을런지..”.
<피너츠>의 주인공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를 만들어 낸 미국의 인기 만화가 찰리 M. 슐츠(1922~2000)가 사망하기 전 마지막 작품에서 남긴 말이다. 그는 자신이 만들어 낸 캐릭터이지만 평생을 함께한 이들을 잊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슐츠가 살아 있는 동안 <피너츠>는 전 세계 75개국, 21개의 언어로 2,600여 신문에 1만7,897회에 걸쳐 연재됐다. 세상 사람들은 그의 만화에 열광했다. 한 때 그의 독자는 3억 명에 달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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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슐츠가 세상을 떠난 지도 어느덧 15년이 흘렀다. 그러나 그의 작품 속 주인공 ‘스누피(Snoopy)’는 시공간을 넘어 살아있는 전설로서 지금도 세상사람들과 호흡하고 있다. 스누피가 세상에 태어난 것은 1950년 10월. 마냥 어린 강아지로 기억되고 있는 ‘스누피’의 실제 나이는 65세로, 살아있는 개로 치자면 3대가 지났을 나이다.
그동안 ‘스누피’의 삶은 위대한 역정이었다. 축 늘어진 귀와 볼록 튀어나온 배를 가진 웃기게 생긴 강아지는, 그 어떤 슈퍼스타도 흉내 낼 수 없었던 기록을 남긴다. 처음엔 만화 속 주인공 찰리 브라운의 반려동물로 네발로 걷던 ‘스누피’는 1958년부터 두발로 걸으며 다양한 캐릭터로 변신한다.
‘스누피’는 단순한 개가 아니라, ‘생각하는 개’로 동심뿐 아니라 어른의 삶마저 위로하는 해결사요, 멘토로서 자리매김한다. 그는 철학자, 파일럿, 변호사, 의사 등 무려 140여 종의 직업을 소화해 냈다.
만화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었던 ‘스누피’는 1968년부터 인형으로 만들어지며 실제 세상으로 나온다. 이후 티셔츠, 카드, 연필, 컵 등 다양한 캐릭터 상품을 선보이며 이웃과 같은 친근한 벗으로 함께하고 있다.
미국 연방우정국은 지난 10월 ‘찰리 브라운 크리스마스’ 방송 50주년과 ‘스누피’ 탄생 6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우표 5억 장을 올 크리스마스 때 발행키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여전히 식지 않고 있는 그의 인기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스누피’는 19살이던 1969년에 아폴로 10호의 달 착륙선 이름으로도 채용됐었다. 그리고 마흔살이 됐을 땐, 그를 위한 패션 전시회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열린다. 샤넬과 구치, 입생로랑 등 당시 최고의 디자이너 150명이 그들의 작품세계를 표현한 의상을 ‘스누피’에게 입혔다. 그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스누피’를 그려낸 슐츠의 경우 사후에도 매년 450억 원 정도의 저작권료 수입을 올린다고 한다. 이는 마이클 잭슨과 앨비스 프레슬리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스누피’가 세상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보통 사람과 소통하며 그들의 고민을 해결해주거나, 어루만져주며 위로해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환갑이 넘은 강아지임에도 우리는 그를 통해 동심을 만끽하고 있다. 감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