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도 무사시노시(武蔵野市) 동쪽에 젊은이들로 언제나 북적이는 동네 기치죠지(吉祥寺)가 있다.
이곳은 서브컬쳐의 발상지라고도 불린다. 오래 전부터 연극의 마을로 유명했고 재즈카페, 소극장들에선 매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연주되고 있는 활기 넘치는 동네다.
우리로 치자면 대학로나 덜 상업적이던 에전 홍대 정도 정도될 듯하다.
기치죠지를 무대로 한 소설과 만화 애니메이션, 드라마와 영화들은 셀 수도 없이 많다. 특히 이 동네에 둥지를 튼 만화가들이 많은데 영화 '구구는 고양이다'의 여주인공도 기치죠지에 사는 만화가로 나온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박물관인 '지브리 미술관'도 꼭 둘러봐야 할 명소로 꼽힌다.
기치죠지에 냥이집사들에게는 성지로 불리는 냥이카페 '테마리의 집'(てまりのおうち)이 있다.
단골 손님이 많고 주말이면 도로가 혼잡해질 정도라고 한다. 그러니 평일 조금 일찍 방문해야 냥이들을 독차지해 볼 수 있다.
수많은 냥이 카페들 중 이곳이 왜 인기가 있을까. 테마리의 집은 기치죠지 역 동쪽 출구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입구부터 동화 속 분위기의 카페. 안에 들어서면 마치 마치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의 토토로라도 살고 있는 숲 속인 듯한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다. 조명은 냥이들이 좋아하도록 약간 어둡게 설계됐다.
동화책 속으로 걸어들어 온 기분도 그렇지만 스무 마리 정도 있는 이 카페의 냥이들 미모도 보통 아니다. 스코티시 폴드, 노르웨이의 숲, 아메리칸 숏헤어, 벵갈 고양이 등 다양한 종들의 냥이들이 토토로의 집 같은 데를 왔다갔다 하는게 여간 귀엽지 않다.
굴곡 있는 자연스러운 지붕 위에서 노는 냥이들은 숨을 곳도 여러 군데 있다. 다리가 짧아 귀여운 냥이 먼치킨은 저 높은 꼭대기의 켓워크에 잘도 올라가 있다. 마치 실제 냥이들이 살고 있는 숲 속 어느 마을에 사람인 우리가 걸어 들어와 살짝 엿보는 기분마저 들게 한다.
바닥에 풀썩 앉을 수 있는 좌석도 있어 냥이들과 뒹굴뒹굴하며 집사기분을 내보는 것도 재미있다. 냥이 카페로는 특이하게 이곳은 시간이 무제한이다.
이런 공간에 머물다보면 시간 따윈 곧 잊어버릴 정도라는 걸 누구나 느낀다. 폐점 시간이 된 것도 잊은 채 머무는 손님들도 많다고 한다. 입장료 1200엔(주말 1600엔)에 음료수가 400~500엔 정도다.
숨을 곳 많은 공간 배치 탓인지 냥이들 모두 편안해 보인다. 호수가 아름다운 기치죠지의 이노카시라 공원을 어슬렁대는 길냥이도 행복하지만 이곳 '테마리의 집' 냥이들도 행복해 보인다. 다만 반려묘를 데리고 갈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