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장수 노인 사는 외딴 섬 '도쿠노시마'
섬에 사는 고양이 3천마리 중성화 프로젝트
'아마미노크로 토끼' 세계자연유산 등재 위해
"후손 남길 권리 침해" VS "번식력 감안해야"
도쿄게이자이신문 보도 캡처 |
[김민정 일본 통신원] 세계 최장수 노인이 사는 일본의 한 외딴 섬에서 그 곳에 사는 모든 고양이를 대상으로 하는 중성화(TNR)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3000마리 쯤 되는 고양이를 2년에 걸쳐 중성화시킨다는 계획이다.
멸종위기에 처한 '아마미노크로토끼'를 살리고 세계자연유산에 등재시키자는 주민의 요청이 발단이 됐다. 하지만 중성화를 놓고 불편한 시선이 있는 것이 현실.
우리나라는 중성화를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의 핵심 정책 중 하나로 택하고 있다. 외딴 섬의 중성화 정책이 어떤 결과를 낳을 지 참고할 만해 보인다.
지난달 말 도쿄게이자이가 시리즈로 게재한 카고시마현 도쿠노시마의 중성화 작업을 소개한다.
섬에 발을 들이지마자 한 쪽 귀의 끝부분이 잘린 고양이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중성화수술이 끝났음을 표시해 준다. 일본에서는 귀의 모양이 벚꽃 잎을 닮았다고 해서 사쿠라냥이라고 부른다.
도쿠노시마는 약 2만5000명의 주민이 사는 섬으로 세계 최장수인이 사는 곳으로 알려졌다. 지금껏 이 섬은 고양이들을 아무렇게나 방치해 왔고, 올해 6월까지도 동물병원은 들어서지 않았다.
일본인들의 고양이 사랑을 생각하면 천국일 수 있는 이 곳에 지난해 11월부터 섬 내 모든 고양이의 중성화라는 전대미문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효고현에 본부를 두고 있는 공익재단법인 '동물기금'이 주체가 돼 섬에 사는 약 3000마리의 고양이들을 모두 중성화시킨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7일 현재 약 2000마리의 고양이의 중성화수술이 끝이 났다. 수술이 있는 날이면 하루 100마리 안팎의 고양이가 수술대에 올랐다. 이처럼 많다보니 가끔 응급상황도 발생한다. 독사에게 복부를 물린 아기고양이가 실려와 40바늘을 꿰매는 대수술을 거쳐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수술팀은 내년말까지 남은 1000마리의 중성화 작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주민들이 멸종위기에 처한 아마미노크로 토끼를 고양이들로부터 지켜내야 한다고 요청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아마미노크로 토끼는 일본의 아마미오과 도쿠노시마에서만 서식하는 멸종위기종의 토끼다. 주민들은 자연적으로 증식한 고양이들이 토끼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 희귀종 토끼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 기폭제가 됐다. 또 중성화수술이 실제 효과를 보고 있으며 중성화가 모두 끝나면 세계유산 등록을 향한 커다란 산은 넘은 셈이라고 섬 사람들은 기대하고 있다.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위해 모든 고양이를 거세하다니 일부에서는 의식이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고 한다. 실제 이 섬에 살던 고양이는 들고양이처럼 번식하고 생활해 왔으니 갑작스런 날벼락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니라는게 신문의 주장.
번식에 번식을 거듭하면서 관리 부재 상태로 있을 경우 나중에는 결국 더 큰 불행인 안락사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모든 고양이를 중성화하는 것이 목표지만 아예 대가 끊길 것으로 보지는 않는게 현지의 시각이다.
신문은 "고양이의 번식 능력은 굉장해 몇 마리를 놓친 것 만으로도 수년 후 그 지역 냥이의 수는 원래대로 돼 버린다"며 "인간 제멋대로의 이기심일지도 모르나 이런 불행의 연속은 막아야 할 일"이라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