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봉이는 뚱한 표정과는 달리 다정한 성격을 가진 1살령 프렌치 불독이다. 통통한 몸매 유지를 위해 뭐든지 잘 먹는 봉봉이가 얼마 전 눈은 퉁퉁붓고 몸은 멍게처럼 울퉁불퉁 두드러기가 올라 와서 내원했다. 보호자의 말을 들어보니 유통기한이 지난 비타민을 버리려고 내놨는데 봉봉이가 그것을 먹었다는 것이다.
몸에 두드러기나 얼굴 부위에 부종이 생기는 것은 전형적인 알레르기 반응(allergic reactions)으로 볼 수 있다. 봉봉이의 경우는 사람용 비타민을 섭취한 후 나타났지만 특정 음식물을 먹거나 특정 화학물질에 노출된 후 심지어 치료 예방 목적의 주사를 맞은 후 나타나기도 한다.
알레르기 반응은 알러젠(allergen)이라고 하는 자극 물질에 노출된 후 20~30분 이내로 나타나는데 일반적으로 치명적인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급격한 전신 알레르기 반응에 해당하는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영화에서 종종 등장하는 땅콩 알레르기나 벌에 쏘인 후 호흡곤란으로 사망하는 경우처럼 치명적인 쇼크반응을 아나필락시스라고 한다. 동물병원에서도 치료목적으로 주사를 맞거나 예방접종을 한 후 급작스러운 쇼크에 빠져 수의사와 보호자를 깜짝 놀라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행히 알레르기 반응은 증상에 비해 치료는 어렵지 않고 약물 반응이 좋은 편이다. 알레르기 반응의 주요물질인 히스타민을 억제하는 약물인 항히스타민제를 투여하고 심한 경우 산소공급과 수액처치 등을 통해 빠르게 개선시킬 수 있다.
알레르기 반응을 잘 일으키는 체질을 가진 반려동물을 키우는 보호자라면 주사약물이나 접종 후 바로 병원을 떠나는 것 보다는 20분 정도 머물면서 이상현상이 나타나는지를 보도록 하고, 필요한 경우 접종 전 항히스타민제를 처치받을 수도 있다.
또 주치의가 바뀔 경우를 대비하여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약물의 종류, 백신의 종류와 제약회사명 등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백신에는 세균 감염을 방지를 위한 항생제와 항체형성을 돕는 부형제 등이 첨가되어 있는데 이러한 성분들이 알레르기 반응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물에 있어서도 새로운 음식을 먹일 때는 한 가지씩 먹이고 반응을 보는 것이 좋다. 한 번에 여러가지 새로운 음식을 시도한 경우 문제가 일어났을 때 분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가벼운 알레르기 반응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좋아지기도 하지만 몸의 이상한 변화의 원인을 알 길이 없는 반려동물은 불편함에 눈을 긁거나 바닥에 몸을 비비는 등의 행동을 통해 또다른 문제를 발생 시킬 수 있으므로 가급적 빨리 동물병원에 내원하는 것이 좋겠다.
'김진희의 심쿵심쿵'이 우리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데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칼럼을 진행하는 김진희 수의사는 2007년부터 임상수의사로서 현장에서 경력을 쌓은 어린 반려동물 진료 분야의 베테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