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아파트 단지 안에서 주인 없이 혼자 있는 강아지를 보고 임시 보호를 한 주민의 사연이 훈훈함을 자아낸다.
사연의 주인공은 지원 씨와 강아지 '크룽이'다. 지원 씨가 크룽이를 처음 본 것은 지난 5월 28일 출근길이었다.
출근길에 처음 크룽이를 봤을 때만 해도 주인이 있는 강아지인 줄 알았다는 지원 씨. 그런데 일하는 내내 아파트 단톡방에 크룽이의 이야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강아지가 그대로 있다는 제보가 단톡방에 계속 올라오길래 누가 버렸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다"는 지원 씨. 어느새 어두워진 밤, 퇴근한 지원 씨는 혹시 그 자리에 아직도 강아지가 남아 있을까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크룽이는 그저 하루 종일 같은 곳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크룽이는 사람을 경계하는 듯했는데. 지원 씨가 30분가량 기다려주자 그제야 안심이 됐는지 조금씩 꼬리를 살랑거리며 경계를 풀기 시작했다.
지원 씨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을 녀석을 위해 물과 간식을 줬다. 마침내 한 시간가량 시간이 지나자 크룽이도 마음을 열고 배를 까는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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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원 씨 부부가 집으로 크룽이를 데리고 오게 됐는데. 일단 하루만 집에서 재우고 다음 날 유기견 센터에 연락해 볼 생각이었다고.
지원 씨는 이 사연을 영상으로 담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너무 귀엽다!" "천사 같은 분을 만나서 너무 다행이에요" "어쩌다 이렇게 작은 아기가 길을 떠돌게 된 건지 ㅠㅠ"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유기견 센터에 보내지면 쉽게 안락사가 될 수 있다며 만류하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지원 씨는 "댓글에서 많은 분들이 센터에 보내지 말라고 하기도 하셨고, 크룽이와 하루 같이 있어보니 생각보다 너무 순하고 사람을 잘 따라서 센터에 보내지 말고 입양처가 구해질 때까지 직접 보호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다음 날 크룽이는 병원 검진을 받은 뒤, 집과 가까운 곳에 있는 지원 씨네 부모님 댁으로 향했다. 아파트보다는 뛰어놀기 좋은 전원주택에서 지내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지원 씨는 "사실 부모님이 개를 안 좋아하시긴 한데, 제가 어릴 때부터 길에서 고양이나 강아지를 데려온 적이 있었다. 아마 이번에도 제가 동물을 너무 좋아하고 사랑하는 걸 아셔서 그런지 '못 이기겠구나' 하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비록 키울 순 없지만, 지원 씨의 부모님은 딸의 선행을 돕기 위해 기꺼이 '마당 대여'를 승낙해 줬다고 한다. 이후 지원 씨는 한 주 일정을 거의 다 취소하고 아침부터 크룽이 밥 주고 산책을 시켜주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지난 1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지원 씨의 지인이 크룽이를 입양하기로 한 것이다. 지원 씨는 "크룽이를 보내면서 눈물이 찔끔했지만, 빨리 놓아줘야 크룽이도 주인을 받아들이기 좋을 것이라 생각해 꾹 참고 웃으며 보내줬다"고 말했다.
이어 "크룽아, 아파트 돌계단에 하루 종일 앉아 있는 널 보니 도저히 지나칠 수 없어 다가갔는데 금방 마음을 열어줘서 너무 고마워.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자"라며 훈훈한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