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잘못된 행동을 멈추게 하려할 때 쓰는 도구 중 하나가 분무기다. 분무기에 물을 넣어 고치고 싶은 행동을 할 때 뿌려댄다.
처음에는 "하지마!"하면서 말로 하다가 안되면 그 다음 단계로 분무기가 등장한다. 물만 넣은 분무기가 통하지 않을 때에는 물에다 식초나 레몬을 살짝 섞어 뿌리기도 한다.
이런 '분무기 신공'은 집사들 사이에서 언제인지도 모르게 생겨난 고육지책이다.
분무기 교육은 과연 효과가 있을까.
고양이는 틈만 나면 그루밍(Grooming)을 한다. 그루밍 즉, 털고르기는 고양이의 정상행동으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태어난 지 3주부터 죽을 때까지 그루밍은 고양이의 삶에서 빠뜨릴 수 없다.어느날 갑자기 그루밍을 하지 않거나 너무 오랫동안 혹은 자주 한다면 고양이의 몸상태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또 특정한 곳만 계속 그루밍을 한다면 어딘가 아픈 곳이 있다는 신호일 정도다.
고양이는 잔털제거, 이물질 제거, 체온조절, 기분전환, 분비선 자극 등의 목적으로 그루밍을 한다. 그래서 분무기를 통해 물을 뿌리면 고양이는 이물질인 물에 반응하게 되고 하던 행동을 멈추게 된다. 조건반사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분무기가 항상 통하는 것은 아니며 최근 의견은 하지 말라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기본적으로 분무기는 정말 가끔 그것도 몰래 써야 한다. 어릴 적에는 통하던 분무기였으나 성묘가 됐을 때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하소연이 많다. 그만큼 분무기의 물에 많이 노출된 탓이다.
특히 분무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은 기본적으로 고양이에게 무조건 몸에서 제거해야 하는 스트레스 요인이다. 스트레스로 인해 다른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고양이가 목욕을 그토록 좋아하지 않는 것 역시 그루밍과 관련이 있다.
황철용 서울새 수의대 교수는 "고양이는 자기 몸에 뭔가 이물질이 붙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 동물"이라며 "고양이는 분무기를 쓰면 안된다"고 말했다.
분무기가 개에게도 효과가 있을까. 개들중 일부는 선천적으로 물을 좋아한다. 게다가 빗질할 때 분무기로 물을 뿌리고 하는 것을 권장하기도 한다. 고양이와는 정반대다.
그런데 분무기가 잘못된 행동에 효과를 발휘할 때가 있다. 특히 두 마리 이상이 엉켜 싸울 때다. 두 마리 이상이 싸우는 곳에 끼어 들었다가는 보호자도 손이나 발에 상처를 입기 십상이다. 이럴 때 분무기를 쓰는 것이 좋다.
다만 그냥 물로만은 힘들고 뭔가 개들이 놀랄만한 액체를 넣고 뿌려대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