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나무타기 실력은 원숭이 못지 않다. 특히 자신의 생명에 대한 위기에 닥치면 보는 이의 감탄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할 만큼 엄청난 나무타기 실력을 보여준다.
작년 가을 아내는 강원도 어느 마을에 출장을 간 적이 있다. 그런데 숙소에 짐을 풀고 잠시 휴식을 하는 자신의 눈앞에 믿지 못할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다.
마당에 있던 덩치 큰 개가 자기 앞에 얼쩡거리던 고양이 한 마리 때문에 몹시 화가 났다. 그 개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엄청난 속도로 고양이를 추격했다.
고양이는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고 생각해서인지 높은 나무를 향해 달려가더니 개가 도저히 쫓아올 수 없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말았다. 사진 속 고양이는 자세히 봐야 보일 정도로 엄청나게 높은 곳으로 피신해 있다.
사냥을 한 후 사냥감을 입에 물고 나무 위를 올라가는 표범처럼 고양이도 나무를 잘 타는 것 같다.
작년 겨울 필자가 사는 아파트 화단에서 개에게 쫓긴 고양이도 강원도의 고양이처럼 재빠르게 나무 위로 도망가서 아래 사진과 같이 개의 추격을 피했다.
그런데 고양이들의 엄청난 나무 타기 실력을 보면서 한 가지 걱정이 생겼다. 약간의 기우(杞憂)이기도 하다.
만약 야생 고양이 개체수가 지금보다 늘면 나무 위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우는 새들의 생존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배가 고픈 고양이가 나무를 타고 올라가 새의 새끼나 알을 공격하고 잡아먹을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야생고양이가 새들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무서운 천적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