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동물 전시·체험 시설 현장에서 무분별한 동물 먹이주기 체험 등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어캣·친칠라·뱀·앵무새 등을 만지거나 먹이를 주는 ‘야생동물 카페’를 운영하면서 동물을 ‘판매용’으로 분류해 규제를 피하는 신종 편법도 확인됐다.
동물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최근 ‘동물원 체험 프로그램 및 불법 전시시설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허가 또는 등록된 동물원 16곳의 동물 체험 및 동물 관리 실태와 함께 미허가 동물전시업체 9곳, 이동동물원 12곳, 야생동물카페 5곳의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담고 있다.

조사 결과, 동물원 16곳 모두 관람객을 대상으로 체험용 먹이를 판매하며 동물 먹이주기 체험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마련한 「동물원 교육·체험 프로그램 매뉴얼」은 급여량·장소·시간 등에 제한이 없는 무분별한 먹이주기 체험을 지양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조사 대상 동물원 모두 해당 방식의 먹이주기 체험을 운영하고 있었다.
동물 만지기 체험 역시 조사 대상 16곳 모두에서 운영되고 있었다. 이 가운데 15곳은 체험 장소와 시간, 참여 인원 등에 제한을 두지 않은 형태로 운영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시설에서는 피부질환 등 질병이 의심되는 동물을 체험에 활용하고 있어 인수공통감염병 전파 우려도 제기됐다.
현행 동물원수족관법은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공포·스트레스를 주는 올라타기, 만지기, 먹이주기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보유동물을 활용한 교육계획’에 포함된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어웨어가 2025년 기후부가 국회 김주영 의원실에 제출한 동물원별 교육계획과 실제 운영 현황을 비교한 결과, 조사 대상 16곳 모두 교육계획을 제출하지 않았거나 제출된 계획과 다른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시설은 ‘생태설명회’ 명목으로 동물의 생태적 습성과 무관한 행동을 유도하거나 동물복지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공연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법령에는 관람객과 동물 간 직접 접촉이 없는 공연 형태의 동물 전시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는 상태다. 반면 기후부 매뉴얼은 동물쇼와 서커스 형태의 공연을 지양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는 동물원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야생동물을 전시하는 업체도 확인됐다. 현행법상 야생동물 또는 가축 10종 이상 또는 50개체 이상을 보유·전시하려면 동물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어웨어는 조사 대상 미허가 전시업체 9곳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했으며, 이 가운데 4곳은 불법 영업 사실이 확인돼 행정처분 등 조치가 이뤄졌다. 그러나 나머지 5곳은 현행 제도상 허가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일부 업체는 전시 동물을 ‘판매용 동물’이라고 주장하거나, 건물 각 층을 별도 사업자가 운영하는 이른바 ‘쪼개기 영업’ 방식으로 허가 기준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2년 개정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동물원 허가를 받지 않은 시설의 야생동물 전시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이동동물원 영업은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이동동물원 업체 12곳 가운데 8곳은 고정된 사육시설이 확인되지 않아 동물의 사육환경과 안전관리 수준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이동전시에 활용된 포유류 야생동물은 모두 18종으로 확인됐으며, 라쿤, 자칼, 여우, 스컹크 등 공중보건과 안전 측면에서 위험한 종도 포함됐다.
또한 야생생물법 적용 유예 대상인 야생동물카페 5곳을 조사한 결과, 모든 시설에서 동물 만지기와 먹이주기 체험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기존 야생동물카페는 2027년까지 신고된 동물에 한해 전시할 수 있으나, 동물원수족관법상 금지행위인 만지기·올라타기·먹이주기 체험은 허용되지 않는다.
보고서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유동물을 활용한 교육계획’에 포함된 경우 금지행위 예외를 인정하는 규정 삭제 △동물원 정기검사 주기 단축 △동물원 허가 갱신제 도입 △불법 동물전시시설 규제방안 마련 △관람객 대상 동물 판매 금지 △오락·흥행 목적의 동물 훈련 금지 등을 제도 개선 과제로 제안하고 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법 개정 이후에도 허가 동물원과 무허가 전시시설에서 무분별한 동물체험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미비한 제도는 추가 입법을 통해 보완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을 강화해 동물복지를 저해하거나 공공안전을 위협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