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가노현 이다시(長野県 飯田市) 교외의 산골 마을, 폐교가 된 작은 학교에 한 마리 고양이가 산다.
'냥이 교장선생님'이라 불리는, 조금 품격있게 생긴 암컷 냥이 이름은 '다카네'. 학교의 보존에 힘쓰고 있는 '키요시'씨가 이름 붙여 줬다.
2007년 9월 비 내리던 어느날, 태어나 겨우 눈을 뜬 채로 버려진 고양이 2마리를 순찰 중이던 직원이 발견했다. 우유를 먹여가며 보살폈지만 한 마리는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남은 냥이가 바로 '다카네'다.
처음엔 학교 바로 뒷편에 사는 사람이 거두어 키웠지만 병이 들어 다른 곳으로 가게 돼 또 다른 주인이 키우다 이 학교에 정착했다. 지금은 지역 주민들이 가족처럼 돌봐 준다.
1933년 지어진 목조건물의 이 초등학교는 점점 아이들이 줄어 2000년 문을 닫았다.
향수어린 이 옛날 건물에 사는 '다카네'는 언제부턴가 학교를 지키는 '냥이 교장선생님'으로 소문이 나 관광객들도 찾아온다. 나고야에서 거의 매주 방문하는 한 부부는 오르간 연주로 '고향'이란 노래도 부르며 그리움을 달래기도 한단다.
다카네는 학교에 그냥 눌러사는 것만은 아니란다. 다카네 교장을 만나기 위해서도 절차가 필요하다.
우선 목조 현관의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내 갈아신는다. 복도에는 '냥이 교장선생은 공무로 인해 부재중일 때가 있습니다!'라고 쓰인 종이가 붙어있다.
못만나고 갈까봐 실망하기엔 아직 이르다. 이곳 저곳 구경을 하다보면, 의자에 빨간 책가방이 걸려있는 마룻바닥의 교실이나 직원실의 책상 위에서 일광욕하는 냥이교장을 만날 수 있다.
관광객이 쓰다듬어 주면 얌전한 모양으로 반기며 사진 촬영에도 너그럽게 응해준다. 기분 좋을 땐 무릎 위로 폴짝 올라오기도 한단다.
이제 장년인 8살, 의젓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의 다카네는 사실 어릴 땐 무척 호기심 왕성한 말괄량이 냥이였다. 얼마나 재빠른지 나무위의 새 잡기에 명수였다. 그러던 다카네는 나이가 들면서 교장의 무게를 알았나보다. 점점 얌전해져 교장이란 직함도 제법 어울리게 됐다.
이 학교는 폐교된 뒤 콘서트나 전시회장으로도 이용돼 왔다. '냥이 사진콩쿨'도 개최돼 주민과 관광객들이 교류하는 분위기 좋은 문화 공간이 됐다.
작년에는 냥이 다카네도 학교 선전에 공헌이 컸다며 '월급이라도 줘야 할텐데..'하는 마음의 '감사회'가 열리기도 했다.
방문객들이 헛수고를 하고 교정으로 나올 무렵 무슨 일이냐는 듯 다카네는 교정의 햇볕 좋은 곳에서 뒹굴뒹굴 낮잠을 잔다. 이래도 저래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말괄냥이 고양이 교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