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병원 문을 열고 어두운 표정으로 바비 보호자가 들어왔다. 아들 둘을 둔 바비 보호자는 반려견 만이라도 딸을 원하셨다.
보호자의 바램과는 다르게 말괄량이였던 바비는 이미 3개월령에 앞다리가 부러져 골절 치료를 받은 전적이 있었다. 늘 우당탕탕 소리가 나는 이동장이 오늘은 어쩐 일인지 조용해서 들여다 보니 바비가 죽은 듯이 누워 있는 것이 아닌가.
보호자의 말에 따르면 어젯밤 큰 아이가 안고 있다가 떨어뜨렸는데 바비가 버둥거리며 대소변을 보고 쓰러진 후 미동이 없어서 사망한 것으로 생각했단다. 너무 무섭고 어찌할 바를 몰라 일단 조용한 곳에 눕혀놨는데 새벽에 보니 숨을 쉬고 있는 것 같아 병원에 데리고 왔다는 것이다.
떨어지거나 넘어지면서 신체의 일부가 손상되는 것을 낙상이라고 한다. 낙상은 주로 골절이나 뇌손상을 일으키게 된다. 상태를 확인해 보니 바비는 떨어지면서 머리쪽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였다.
뇌에 충격으로 인해 일차적으로 뇌조직의 손상, 뇌출혈 등이 일어날 수 있으며 경련, 쇼크 등으로 이어져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뇌는 신체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손상 시 집중적이고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뇌손상은 치료 후 상태가 호전된 후에도 고개가 돌아가거나, 간헐적으로 경련이 나타나는 등의 신경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낙상이 발생하면 빠르게 응급처치가 행해질 수 있는 병원으로 내원하여 뇌의 영구적 손상을 최소화해야 한다.
낙상에 의한 내부 장기 출혈도 발생할 수 있는데 특히 폐출혈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 폐출혈의 경우 증상이 바로 나타나지 않고 몇 시간이 경과 후 나타나므로 낙상 직후 증상이 없다고 해서 방심하지 말고 호흡 등을 잘 관찰해야 한다.
반려동물의 낙상사고의 주요 원인은 사람의 부주의에 있다. 주로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반려동물을 안고 있다가 반려동물이 버둥거리면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다.
안을 때는 항상 한 손은 가슴에 다른 한 손은 엉덩이를 받혀줘서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해주도록 하고 가급적 안고 서 있거나 돌아다니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잠깐인데 괜찮겠지’ 하고 반려동물을 높은 곳에 올려둔 상태로 한눈을 팔거나 하지 않아야 한다.
바비의 경우처럼 낙상에 의한 뇌 손상 외에도 가정에서 휘두른 골프채나 야구 배트 등에 맞아 뇌 손상을 입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사고는 항상 눈 깜짝 사이에 일어나기 때문에 늘 주의해야 하겠다.
'김진희의 심쿵심쿵'이 우리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데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칼럼을 진행하는 김진희 수의사는 2007년부터 임상수의사로서 현장에서 경력을 쌓은 어린 반려동물 진료 분야의 베테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