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전문 미용사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자신의 몸을 그루밍해 그대로 이야기하자면 핥아가며 날마다 깨끗이 관리(?)해대는 고양이지만 털이 긴 장모종이나 물을 무서워하는 고양이는 가끔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기도 하다.
외출하기 무서워하는 우리 집순이 로라도 털손질이 필요한 장묘종이다. 게다가 물만 보면 줄행랑친다.
하는 수 없이 가만가만 이동장에 넣어 미용하러 가면 먼저 와 있는 개들이 멍멍 짖어대고 난리니 로라의 심기가 편할 리 없다.
잔뜩 웅크린 모습은 애처로움 그 자체. 그러니 예쁘게 하려는 샤워니 트리밍이니 모두 다 공포다. 미용을 마친 뒤엔 '앙!'하며 나무라는 듯한 소리도 낸다.
최근 우연히 찾아간 트리밍 숍은 참 달랐다.
예약을 하려 하니 고양이 전문 트리머가 근무하는 날 중에 선택을 하라고 한다. '냥이 전문 미용사도 다 있네'하는 신기한 생각도 들었지만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미용을 마친 로라를 데리러 가니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밝고 상쾌한 표정으로 나를 맞아준다. 컷트 모양도 손질한 듯 안 한 듯 자연스러웠다. 손질한 것 맞나.
'발버둥 많이 쳤죠?'라고 물으니 "전혀요~! 이렇게 얌전하게 몸을 맡기는 냥이는 처음 봤어요. 너무 착한 냥이예요"라고 한다.
엥? 로라가 웬일인가? 역시 냥이 전문가의 손길은 달라도 다른 것인가? 비결이 무엇인지 너무 궁금해졌다.
그 가게는 냥이 전문 숍은 아니지만 우선 고양이와 개가 부딪치지 않도록 신경을 써서 시간을 짠다고 했다.
어쩐지, 우선 방문했을 때부터 너무나 조용했던 가게였다. 그 많은 개들은 다 어디로 숨었나 했더니 고양이 예약이 있을 땐 강아지들 미용은 아예 위층에서 한다고 했다.
그런데다 냥이만을 다루는 트리머는 오직 냥이만을 미용하는 사람이란다.
얼핏보면 개, 고양이를 씻고 말리고 미용하는 것이 같아 보여도 전혀 달리 해야한다는게 그 가게의 지론.
그야말로 조용한 환경에서 섬세하게 다루어야 하며 말을 듣지 않을 땐 강압적인 태도는 금물, 조금만 기다려 주면 문제 없다는 것이다. 역시 냥이들은 강제로 뭘 하려면 안된다.
이렇게 설명해 주는 젊은 여성 트리머의 목소리와 행동마저 얌전한 냥이와 닮아있다.
그 외에도 숨은 기술과 비법이 많겠지만 어쨌든 다른 가게와 비용 차이도 거의 없고 대만족이었다.
일본의 '냥이 전문 트리밍 숍'을 검색해 보니 제법 많았다. 냥이 전용 호텔과 함께 운영되고 있는 곳도 많다. 또 냥이를 모시고(?) 하는 외출이 불편한 집사들을 위해 '냥이 전문 출장 트리머'도 출동한다.
개에 비하면 목욕과 미용이 자주 필요하지는 않아도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집사들은 냥이들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제대로 잘 하는 미용실'도 알아둬야 하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