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껴안을 경우 개는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연구결과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학술지 ‘사이컬러지 투데이’에 실린 스탠리 코렌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동물심리학 교수의 연구가 논쟁을 촉발했다. 그는 주인이 개를 포옹하는 사진 250장을 분석해, 개의 81%가 포옹을 불편하게 여겼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애견인들은 당혹스러워했고, 일부 동물학자들은 반발했다. 전문가들의 반박이 사이컬러지 투데이에 쇄도했고, 학술지는 반론을 실었다.
침팬지 연구로 유명한 동물학자 제인 구달과 함께 ‘동물의 윤리적 대우를 위해 싸우는 생태학자들’ 모임을 만든 마크 베코프 동물행동학자는 주인이 반려견을 잘 이해한다면, 반려견을 포옹하는 것이 괜찮다고 반박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보스턴글로브에 따르면, 그는 “사람처럼 어떤 개는 포옹을 사랑하고, 어떤 개는 좋아하고, 어떤 개는 포옹을 전혀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며 “반려견과 반려견이 말하는 것에 주의 깊게 살피라”고 조언했다.
미국 반려동물 행동치료사 코리 코헨은 사진 속 반려견의 스트레스 신호는 포옹이 아니라 다른 것이 유발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도 같은 날 보도했다.
포옹보다 사진 찍는 과정이 더 스트레스였을 것이란 주장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자세를 잡도록 강제하거나, 카메라 셔터 소리 같은 것이 개를 자극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연구의 신빙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외신도 나왔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이 연구가 사실은 지난 2007년 은퇴한 교수가 ‘사이컬러지 투데이’에 실은 논평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동물행동학자들에게 코렌 전 교수의 연구에 대해 물었고, 학자들은 코렌 교수의 사진자료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연구의 토대가 된 사진 자료를 살펴보지 못했기 때문에 동의도 반박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듀크 반려견 인지센터의 에반 맥린 공동이사는 전자우편 답변을 통해 “이것은 정식 연구의 좋은 출발점이 될 흥미로운 예비자료지만, 동료그룹 심사를 거친 실증적인 논문이 아니다”라며 “이 중요한 과학적 절차를 거칠 때까진 결론을 내리기 조심스럽다”고 답했다.
모든 과학 논문은 동료의 심사를 거쳐야 하지만, 코렌 전 교수의 논문은 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코렌 전 교수도 이점을 인정했다.
또 사진 자료의 선정 과정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코렌 전 교수는 구글과 플리커를 통해 반려견과 포옹하는 사진 250장을 임의로 골랐다. 이 과정에 편견이 개입돼, 사진 선정이 치우쳤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반려견 주인이 온라인에 사진을 올릴 때, 평범한 사진보다 재미있는 사진을 고르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도 객관적인 연구자료로 실격이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정식 논문도 아닌데, 왜 외신에서 과학연구로 보도됐을까? 코렌 교수의 글이 자료를 토대로 논문 스타일로 쓰인 데다, 코렌 교수의 유명세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코렌 교수는 “‘데이터’란 단어가 쓰인데 속임수가 있었을 것”이라며 “만약 당신이 과학 용어를 쓰면, 사람들은 깊은 인상을 받고, 그것이 상승효과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를 계속하는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자신이 직접 연구에 나설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결론은 포옹을 해도 된다는 것일까, 안 된다는 것일까? 반론에도 불구하고, 코렌 교수가 스트레스 신호라고 해석한 반려견의 반응에 대해 대다수는 동의하고 있다. 또 많은 동물 전문가들은 반려견을 꼭 껴안는 것이 좋은 생각은 아니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