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이 쓴 연작소설 ‘채식주의자’가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맨부커 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아시아인으로서는 최초의 수상이다.
이 상은 영국의 출판사 부커사가 제정한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노벨상과 프랑스의 콩쿠르 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외신은 수상작 ‘채식주의자’에 대해 극찬을 쏟아냈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묘한 조화를 표현했다.”고 평했다. 또 다른 외신은 “짧으면서 별나고, 각인되는 소설”이라고 했다. 국내 평단도 '그동안 작가가 발표해온 작품에 등장했던 욕망,식물성,죽음 등 인간 본연의 문제들을 한 편에 집약해 놓은 수작'이라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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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는 주인공 영혜가 인간의 폭력성을 상징하는 육식을 거부하게 된 동기에서 출발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그런데 ‘채식주의자’에서 묘사된 육식이 바로 ‘개고기’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작가는 소설 속 주인공 영혜가 왜 육식을 거부하게 됐는지, 그 이유를 이렇게 묘사한다.
‘개에 물린 상처가 나으려면 먹어야 한다는 말에 나도 한 입을 떠 넣었지. 아니, 사실은 밥을 말아 한 그릇을 다 먹었어. 들깨 냄새가 다 덮지 못한 누린내가 코를 찔렀어. 국밥 위로 어른 거리던 눈, 녀석이 달리며, 거품 섞인 피를 토하며 나를 보던 두 눈을 기억해. 아무렇지도 않더군.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어.’
‘어린 딸의 다리를 문 개를 오토바이에 묶어 끌고 다니다 죽이는 아버지에게는 개의 살육이 그저 부정(父情)의 실천이었을 뿐이겠지만, 모두에게 ‘불분명한 동기’인 영혜의 육식 거부가 실은 그 어린 시절의 끔찍한 기억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다.’
‘어린 시절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죽이는 장면이 뇌리에 박힌 영혜는 어느 날 꿈에 나타난 끔직한 영상에 사로잡혀 육식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앞서 인용한 문장을 읽은 이들은 개의 살육이 불편하면서도 한편으론 낯설지 않다고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소설 속 영혜의 아버지처럼 오토바이에 개를 묶어 끌고 다니는 동물학대 행위가 현실에서도 빈번히 이뤄지고, 뉴스로 전해지는 탓이다.
‘채식주의자’는 동물의 학대행위가 한 인간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곱씹어 보게 만드는 소설이기도 하다.
물론 이 소설은 개의 살육과 개고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읽는 이로 하여금 세태 풍자를, 가부정적인 한국사회를, 또 다른 측면에선 에로틱한 느낌 등 다양하게 풀이 되고 받아들여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