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반려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 '노트펫'이 우리 주변 반려동물인들의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우리동네 애견숍 24시'는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에서 12년째 하안애견을 운영하고 있는 전광식 사장님의 경험을 담아낸 코너 입니다. 전 사장님은 모습은 다소 거칠어 보일지라도 마음만은 천사표인 우리의 친근한 이웃입니다. 전광식 사장님과 함께 애견숍에서 어떤 일들이 있는지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
![]() |
4년째 원주와 성남에 있는 사설 유기견보호소에 지인들과 함께 봉사 활동을 다니고 있다. 처음에 가게를 넘겨 받았을 때엔 어떻게든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거의 쉬지를 못했다. 1년에 나흘 정도나 쉬었을까. 게다가 쉬는날은 일요일이 아닌 수요일이었다. 시간이 지나 좀 더 많은 휴일을 가졌지만 수요일이다보니 쉬어도 쉬는 것 같지가 않았다. 남들 놀때 공부하고 남들 공부할 때 노는 모양새니. 남들과는 다르게 사는 것도 쉽지는 않다.
그래서 다른 분들처럼 일요일에 쉬기로 했고, 뜻이 맞는 미용사들과 함께 한 달에 1번, 적어도 두 달에 1번 정도는 봉사활동을 다니고 있다. 나 나름 봉사심이 있는 사람이다. (사진을 올리라면 올리겠어요...) 봉사가서 하는 일은 자연 유기견들의 털을 정리해주는 일이다. 그럴싸한 말로 재능기부란 말씀.
정부에서 지원을 받는 보호소도 있지만 그저 버려진 개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에 자신의 집을 개조해 보호소를 운영하시는 분들도 많다. 내가 다니는 곳들은 대략 40여 마리를 보호하고 있다. 보호소를 운영하는 여사님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는 안든다.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버림받은 아이들에게 쏟아 붓고 있으니 말이다.
자식을 돌보는 어머니의 마음이랄까. 좁은 공간에서 이리저리 부대끼다보니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시설은 열악할 수 밖에 없는데 환기도 잘 안되는 곳에서 미용을 하다보면 털을 먹는 경우도 꽤 된다. 내가 고양이들이나 하는 헤어볼을 만들 기세다. 이럴 땐 마당이라도 있었으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굴뚝같다.
유기견들은 집에서 보살핌을 받는 아이들에 비해 한 성깔 하는 애들이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이 다가가면 경계 태세를 갖추고 '뭘봐?'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은근 무섭다. 털을 정리할 때는 물리고 할큄을 당하기 일쑤다. 한 번은 할머니개를 손질할 때였다. 강아지와 늙은개는 너무 예민해서 입마개를 함부로 할 수 없다. 어딜가나 예민한 애들이 문제다. 허허. 이런 아이들은 보통 2인 1조가 돼 작업을 한다. 손도 많이 간다. 역시, 예민한 애들은 문제다.
이 할머니개 역시 이빨은 죄다 빠졌으나 성격 만큼은 아직 죽지 않았다. 털을 깎는 동안 내가 잡아 주기로 했다. 사실 물려봐야 얼마나 아프겠나 했다. 아, 늙었다고 얕잡아 봤다. 이 할머니...개....아팠다. 억! 소리나게 아팠다. 눈물이 핑돌았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손가락에 멍이 들었다. 뿌듯한 마음에 왔다가 병원에 가는 이들도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지 뭐.
우리 미용사들은 숍에서도 그렇지만 보호소에 갈 때 비장의 무기(?)를 가지고 간다. 시추 같은 얼굴이 뭉뚝한 애들에게는 쓰지 못하지만 주둥이가 뾰족한 개들을 대할 때 쓴다. 입마개를 씌우는 것이 통상이지만 입마개가 부족한 경우가 있다. 사람이 마스크를 돌려가며 쓰지는 않잖아. 개도 입마개를 돌려가면서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개도 깔끔한 걸 좋아한다. (난 소중하니까~멍멍!)
별거 아니다. 바로 운동화 끈이다. 물지 않도록, 그리고 물리지 않도록 입 주변을 묶는데 쓴다. 그렇다고 오해하지 마시라. 동물학대 아니다. 절대 꽁꽁 묶는 거 아니다. 나도 살고봐야 하니까 묶는 거다. 꽁꽁 묶었다간 그 몸부림을 어찌 감당하랴. 나도 물릴 걱정 안해서 좋고, 개도 조금은 불편하겠지만 입을 통해 숨은 쉴 수 있으니 적당한 타협인 셈이다. 정 급할 때는 같이 온 사람의 운동화 끈을 풀기도 한다. 글타고 로맨스 없다. 상상하지 마시길.
가게에 오시는 손님 중에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간혹 계신다. 그러면 나는 '저와 함께 가시죠'한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실제 봉사활동에 참여한 손님은 없다. 손님 여러분들 너무 빼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나서 주시길 바랍니다. 혹시 알아요? 운동화 끈 풀어주다가 사랑에 빠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