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파크랜드를 방문한 날은, 5월답지 않게 푹푹 찌는 날이었다. 이상고온으로 전국에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이기도 했다.
그 더운 날, 사람도 지쳐 짜증지수가 올라가는데…. 입구에서 만난 개들이 표현 그대로 가관(佳觀)이었다. 앉아 있는 자태며, 움직이는 모양새며… 어쩜 저리 선비다울꼬.
유쾌활발하기로 유명한 저 불테리어와 웰시코기를 선비로 만들어낸 훈련사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갔다.
도그파크랜드 입구에서 방문객들을 환영하고 있는 '선비개' 두마리. ⓒ노트펫 |
“우리의 목표는 ‘개가 편한 곳’이에요.”
KKC(한국애견협회) 1등 훈련사 자격을 소유한 심규호 소장의 말이다.
그러고보니 이 곳에는 묶여 있거나 갖혀 있는 개들이 거의 없었다. 사진에 있는 두 마리는 옆에서 전기 공사를 하는 중에 안전을 위해 잠시 묶어둔 거였다.
“개들이 이곳에서만큼은 자유롭게 뛰어놀았으면 좋겠어요.” 심 소장은 이렇게 덧붙였다.
박현정 도그파크랜드 이사가 웃으며 한마디 거들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에게 너무 박하게 대하는 거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올해 대대적으로 공사를 했죠. 이곳을 찾으시는 ‘사람’들도 편할 수 있도록 카페도 정비하고 수영장, 편의시설 같은 곳도 깨끗이 정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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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정 도그파크랜드 이사(왼쪽 사진)과 심규호 소장. ⓒ도그파크랜드 |
박 이사의 이력은 화려하다. 우리나라 경찰견 훈련소를 거쳐, 미국 K-9 마스터 과정 이수, 삼성그룹 훈련소 총괄운영까지. 2010년엔 G20 정상회담 폭발물 탐지견을 선발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개 훈련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심 소장은 훈련 뿐 아니라 ‘개방송’ 전문가다. 쿡TV CF,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 출연한 개…. 모두 그의 작품이다. 동물 촬영은 때론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한다. 말 안 통하는 동물에게 원하는 장면을 만들어 낸다는 게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개 베테랑들이 모여 만드는 테마파크는 어떤 모습일까.
심규호 소장이 함께 참여한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 스틸컷. ⓒMBC |
박 이사는 “요즘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잖아요. 여기 오셔서 아무런 제약 없이 하룻동안 개랑 놀면서 힐링하고 가는 장소가 됐으면 하는 게 우리의 바람이에요.”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훈련이라는 개념을 넘어, 여기에서 자고 놀고 먹고 즐기고 훈련까지 받는 원스톱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심 소장은 “저는 촬영할 때 사람이 아니라 개 위주로 일해요. 일단 개가 잘 나와야 하거든요. 개가 편해야 사람도 편해져요, 여기서도 촬영 때와 마찬가지로 개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요. 최소한의 관리만 하고 최대한의 자유를 주는거죠. 이 곳에 온 개들이 자유롭게 뛰어노는 것, 그게 제 목표”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심규호 소장, 송아름 매니저, 박현정 이사. ⓒ노트펫 |
심 소장은 인터뷰 말미에 이런 말을 했다.
“이 곳에 들어올 수 없는 건 딱 한 부류입니다. 바로 개가 없는 사람이죠. 그 외엔 모두 다 들어올 수 있어요. 무는 개도 짖는 개도 상관없어요. 우리가 보호자들을 도와주면 되거든요.”
사소한 것조차도 ‘개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도그파크랜드.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커나갈지 기대가 커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