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하고 돌아왔더니 오늘도 반려견이 집을 어질러 놓았다. 아무 데나 자꾸 배변해놓는다. 계속 가구나 물건을 물어뜯거나, 점점 더 거칠게 흥분하거나 행동이 심해져서 제어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일이 잦아진다. 산책하기 힘들 정도로 당기거나 다른 사람이나 개에 짖어서 밖에 나가는 일이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인터넷에서 하라는 대로 신문지를 말아서 때려도 보고, 주둥이를 잡기도 하고, 배를 위로 들어내게 해서 혼도 내보고 했지만, 보호자 혼자서 훈련시키기는 힘든 상황이 된다면….
반려견을 입양하는 많은 보호자들이 하는 고민이다. 그리고 그 고민 끝에 나온 방법은 대부분 훈련소에 맡기는 것이다. 반려견이 말썽을 부리거나 문제 행동이 나타날 때 반려견을 훈련소에 맡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훈련소를 찾는 이유는 반려견을 트레이닝 하는 방법을 몰라서,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실패할 확률이 더 낮을 것 같아서, 혹은 시간이 없어서 맡기는 것이 더 간편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두 가지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반려견의 역사가 짧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사역견(working dog), 즉 사냥이나 시각장애인 안내, 구조, 군견 등으로 개를 오랜 시간 이용해 왔다. 그리고 그만큼 반려동물(pet)로도 오래 함께 해 왔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개를 단순히 집을 지키는 가축 이외에는 특수목적견(군견, 경찰견 등등)으로만 생각해왔다. 그래서 개의 훈련이라는 것은 굉장히 특수한 목적을 필요로 할 때에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개를 집 안에서 키우기 시작한 것은 불과 20여 년 전에 불과하다. 그래서 일반인들에게는 개의 훈련이라는 것 자체가 생소한 일이었다. 미디어에 동물 관련 프로그램이 생겨나고서야 반려견 훈련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두 번째, 미디어의 영향도 있다.
방송에서 훈련사들이 반려견을 트레이닝 하는 것을 보면 한 번 혹은 단기간에 트레이닝의 효과가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TV에서 나오는 훈련사들은 대부분 훈련소 소속이다!
최근 기존 훈련소의 훈련사들과 다른 방향을 선택한 훈련사도 등장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반려견의 보호자들의 훈련소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그래서 훈련소 입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또 실제로도 생각보다 많은 숫자의 반려견이 입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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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보호자 없이 개만 입소하는 훈련소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보호자가 수업을 등록하고 반려견과 함께 가서 훈련 방법과 개를 대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직접 반려견을 트레이닝 하려는 보호자들이 늘면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외국처럼 보호자와 반려견이 동반 입소해 교육을 받는 프로그램이나 보호자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또한 트레이너를 집으로 불러, 실제 살아야 하는 환경에서 트레이닝하는 방법 배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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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마다 장단점들이 있겠지만 단순한 훈련소 입소보다는 보호자가 직접 배우며 반려견과 함께 트레이닝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 아닐까 한다. 둘 사이의 유대감이 가장 큰 보상이 될 것이다.
동시에 일방적으로 명령하는 상하관계가 아닌 서로에게 진정한 ‘반려’의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또 내 반려견은 훈련사가 아닌 나와 일생을 함께 할 아이이기 때문에, 반려인이 나의 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요즘 인기있는 프로그램 중에서 ‘클리커 트레이닝’이란 단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클리커 트레이닝은 단순히 보호자와 반려견이 함께 교육 받는 프로그램을 뜻하는 것만은 아니다.
다음 칼럼에서 클리커 트레이닝에 대해 자세하게 다루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