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가 고양이 연기 가르치는 법
영화 '키아누' 속 고양이 배우. [출처: 키아누] |
할리우드는 고양이보다 개를 더 선호했다. 고양이보다 더 훈련하기 쉽기 때문에, 스크린 속 연기를 가르치기 수월했다.
하지만 이젠 고양이도 연기 훈련을 통해 개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할리우드가 고양이에게 연기를 어떻게 가르치는지 소개했다.
할리우드 코미디영화 ‘키아누(Keanu)’ 제작진은 영화 속 주인공의 고양이 키아누 역할을 연기할 고양이로 로스앤젤레스 인근 쉼터의 유기고양이 7마리를 뽑았다.
‘키아누’에서 고양이 연기 훈련을 담당한 회사 버즈 앤드 애니멀스 UK의 조련사 그웬 그리피스는 고양이 연기 훈련법을 공개했다. 고양이 배우들이 연기를 하기 위해선 기본 명령을 따라 행동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리피스는 “개에게 ‘앉아’, ‘그대로 있어’, ‘엎드려’, ‘이리와’ 등 명령을 내리듯이 고양이에게 똑같은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개와 달리 고양이는 주인을 기쁘게 하려는 동기가 없다. 그래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장난감이나 간식으로 동기를 심어주는 것이다.
그리피스도 고양이 조련사들 사이에 유명한 찰칵 소리를 내는 장치를 보상과 함께 이용한다. 고양이가 명령에 따라 행동할 때마다 찰칵 소리를 내서, 찰칵 소리에 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훈련시킨다.
그리피스는 “영화 대본을 살펴볼 때, (고양이 분량을) 행동으로 쪼개서 구성한다”며 “일련의 행동으로 쭉 연결한다”고 설명했다.
훈련은 촬영 몇 주 전에 시작된다. 아니면 기본 명령을 몇 달이나 몇 년에 걸쳐 훈련받은 동물을 고르기도 한다.
촬영시간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주연 고양이와 닮은 고양이 여러 마리로 팀을 구성해서 이들이 돌아가면서 촬영한다고 한다. 뜀뛰기를 잘하는 고양이, 사람이 붙들어도 잘 참는 고양이 등 각자 장기를 가진 고양이들로 팀이 이루어진다.
배우로 이상적인 고양이는 새끼고양이 시절에 사회화 훈련을 받은, 사교적인 고양이다. 세트장의 소음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고, 잘 적응하기 때문이다.
그리피스는 처음부터 적격인 고양이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녀는 “어떤 고양이는 더 사교적이고 다정하지만, 어떤 고양이는 내성적이기 때문에 훈련에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그리피스가 뽑은 최고의 고양이 배우는 누굴까. 바로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헤르미온느의 고양이 ‘크룩생크’ 역할을 맡은 ‘크래커잭’이다.
그녀는 “페르시안 고양이 4마리가 크룩생크 역할을 맡아 연기했는데 크래커잭이 그중 최고였다”며 “모든 숏을 잘 해내서 많은 고양이를 대기시킬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고양이들은 할리우드 초창기부터 배우로 활동해왔다. 찰리 채플린과도 연기한 고양이 ‘페퍼’가 선구자격이다. 페퍼는 지난 1912년 키스톤 스튜디오에서 태어나 1923년 죽을 때까지, 스튜디오 설립자 맥 세넷이 페퍼를 영화 17편에 담았다.
고양이 ‘오렌지’도 1950~1960년대 할리우드 스크린을 누빈 대표적인 고양이 배우다. 오렌지는 동물의 아카데미 펫시 어워즈(PATSY Awards)를 두 차례 수상했다.
1955년작 ‘놀랍도록 줄어든 사나이’에서 그 사나이를 위협하던 반려고양이로 출연했다. 그리고 오드리 헵번의 대표작 ‘티파니에서 아침을’로 배우 입지를 굳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