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약국에서 반려동물 보호자들에게 약국에서 주사약을 구입, 반려동물에게 직접 맞출 것을 권장하고 나섰다.
주사의 부작용은 일체 언급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값이 싸니 사다 주사를 놓으라니.
대한동물약국협회는 최근 전국 17개 시도 동물약국을 방문한 동물보호자 197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는 개와 고양이 예방접종 비용 설문조사 결과를 배포했다.
동물병원에서 개와 고양이의 예방접종시 개는 마리당 25만원(5만원 이하, 5회 이하), 고양이는 마리당 15만원(5만원 이하, 3회 이하)이 든다는 게 협회의 결론이다.
그러면서 동물약국에서 예방접종 백신을 구입해 가정접종할 경우 개는 최하 2만5000원 이하(5000원 이하, 5회 이하, 국산백신), 고양이는 6만원 이하(2만원 이하, 3회 이하)의 비용이 든다고 밝혔다.
동물약국에서 복약지도를 받고 보호자가 직접 개, 고양이 백신을 가정접종을 할 경우 약값을 '5배 이상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숫자는 틀림이 없다고 본다. 하지만 주사를 놓는다는 것이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행위일까.
주사는 사람에게서와 마찬가지로 주사 부종, 괴사, 쇼크 등 여러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의료 행위다. 사람에서 주사는 의료인만 할 수 있는 의료 행위로 규정되어 있다.
동물의 경우 자가진료가 허용돼 있어 자신 소유의 동물에 한해 직접 주사를 놓더라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일반인들이 주사를 손쉽게 광범위하게 놓고 있을까.
자가 주사는 지금까지 주로 동물생산업이나 동물판매업 등 업계 관계자들이 관행적으로 해왔고 일반 반려동물 보호자들 중 스스로 주사를 놓는 이는 많지 않다.
사실 자기 손으로 주사를 놓는 것 자체를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이들이 대다수일 듯하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내 손으로 주사를 놨다가 내 개에게 어떤 일이 발생할 지 감당할 자신이 없다.
동물약국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반려동물자가진료폐지 방침을 밝힌 이후 강력 반발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소셜네트워크 홍보전을 펼치다 최근에 와서는 생산자단체와도 손을 잡았고, 수천만원을 들여 포털 배너 광고까지 진행하고 있다.
그들의 행태를 보자면 귀를 닫은채 앞뒤 가리지 않고 '동물병원비가 폭등한다'는 주장으로 일반 보호자들을 선동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SNS 상에서 자신의 주장에 반발하는 이들을 '차단'으로 응수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동물약국협회가 이러는 사이 반려동물은 '가족'이 아닌 '물건'으로, 보호자들은 '애완동물 소유자'로 격하되고 있다. 결국엔 반려동물은 돈만 들어가는 존재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동물약국 역시 스스로 지위를 업자로 추락시키고 있다.
동물약국이 진정 반려동물과 보호자들을 위한 집단인지 갈수록 의심이 짙어진다. 자가진료금지로 약품을 지금보다 덜 팔게 되면서 잃게될 당장의 금전적 이익만 지키려 드는 집단은 아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