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는 수천 년 전부터 인류를 위한 주요한 통신수단 역할을 한 아주 유용한 동물이었다. 아무리 말이 빨라도 전서구 역할을 성실히 수행한 비둘기 만큼 빠르지 못했고, 정확하지도 못했다.
과거 우리 인류는 비둘기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며, 생활에 필요한 중요한 정보를 전파하기도 했다. 훈련이 잘 된 비둘기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귀한 존재였다. 불과 100~2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비둘기는 이렇게 중요한 대접을 받았던 새였다.
그러나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수천 년 동안 인류를 위한 통신수단 역할을 하던 비둘기의 가치는 땅바닥으로 떨어지고 만다. 도시에서 사는 현대인의 입장에서는 많은 분변을 뿌리고, 전염병을 옮길 수도 있는 비둘기의 효용은 이제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도심 속 비둘기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말았다. |
비둘기의 몰락을 보며 다른 동물들의 처지를 되새겨 본다. 한 때 멸종위기 동물로 귀한 대접을 받던 너구리의 경우도 이제 개체수가 안정적으로 늘어나게 되자 광견병의 매개체로 전락하고 말았다. 신분이 급전직하한 셈이다.
너구리뿐 아니라 고라니, 청설모, 멧돼지도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이제 유해조수(有害鳥獸) 신세가 되고 말았다.
우리나라는 아니지만 어느 더운 나라에서 맹독을 가진 뱀을 잡아먹는다는 이유로 귀한 대접을 받던 몽구스가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닭과 같은 가금을 잡아먹는다는 유해조수가 되고 말았다고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지 도심 비둘기(일명 닭둘기, 날지도 않고 닭처럼 떼로 먹이만 쫓아 다닌다고 해서 붙은 말이다) 개체 수 조절을 이룰 수 있을까? 방법은 간단하지만 단기간 내 해결될 성질은 아니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거시적인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비둘기라는 동물은 먹이 피라미드에서 정점에 있는 동물이 아니다. 그래서 당연히 천적이 있다. 이 동물의 천적이라면 매 종류에 속한 맹금류들일 것이다.
대표적 동물은 도심 속에서도 충분히 정착 가능한 황조롱이일 것이다. 그런 천적들의 숫자가 충분하면 비둘기의 과다한 개체 수 때문에 발생하는 환경적, 보건적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사실 비둘기의 과다한 번식과 그로 인해 발생되는 적지 않은 문제들은 그런 환경을 조성한 인간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다.
따라서 결자해지 차원에서 원인 제공자인 인간이 황조롱이 같은 천적들이 충분히 활동할 환경을 조성해 준다면 비둘기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맹금류가 활동하기 좋은 도시공간은 사람에게도 좋을 것이다. 나무가 울창한 도심 숲, 깨끗한 수변 공원 등이 조성되면 이를 보고 즐기는 사람에게 더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