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먹거리 이야기의 칼럼니스트 정설령 수의사(사진)는 주 관심분야가 수의 임상 영양학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개최된 관련 트레이닝을 수십 차례 받았습니다. 2005년부터 현재까지 각종 수의 영양학 관련 자료를 번역했습니다. 국내에서 1000명 이상의 수의사들을 대상으로 100회 이상의 수의 임상 영양학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현재 동물병원 전문 유통회사 포베츠 대표, 주식회사 알파벳 총괄이사, 한국수의영양학연구회 학술이사, 삼성안내견학교 영양자문수의사를 맡고 있습니다. 이 칼럼에서 종종 언급되는 “펫푸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개와 고양이의 사료를 의미합니다.
개와 고양이의 영양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필자가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이들은 주로 “개와 고양이는 사료만 평생 먹고도 살 수 있다” “생식이 상업 사료보다 좋다” “수제 사료가 일반 사료보다 좋다” “같은 펫푸드만 평생 계속 먹여도 된다” 등입니다.
결론적으로 위의 말들은 모두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습니다. 사실 위에 열거된 말들은 모두 일반화의 오류를 가지고 있는 의미 없는 내용일 뿐입니다. 개와 고양이 사료 중에도 우수한 펫푸드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것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수하다는 말은 그 음식의 기호성과 흡수율이 높고 영양 균형이 잘 맞으며 개와 고양이의 건강에 유해하지 않은 안전한 성분으로만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 4가지 조건을 “잘” 충족시킨다면 비로소 우수하다고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먹거리를 평가하는데 사용되는 중요한 지표들이지만 무엇보다도 영양 균형의 중요성에 대해 좀더 강조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영양 균형이 맞는 펫푸드를 먹는 개와 고양이라면 평생 그것만 먹고도 살 수 있습니다. 영양 균형이 잘 맞고 위생적으로 관리된 생식은 매우 우수한 먹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수제 사료처럼 안전한 원료를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영양 균형이 맞지 않는다면 이는 개와 고양이의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영양 균형이 맞는다면 같은 펫푸드만 평생 먹여도 괜찮습니다.
그러면 영양 균형은 무엇일까요? 영양 균형은 어떤 영양소가 너무 적지도 너무 많지도 않게 “적당히” 공급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물은 몸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 영양소로 너무 적게 마시면 탈수가 생기고 너무 많이 마시면 부종 등의 문제를 야기하게 됩니다.
비타민 E의 경우도 항산화 영양소로 각광받고 있는데 너무 적게 먹으면 근위축과 망막 변성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지만 너무 많이 먹게 되어도 다른 영양소(예: 비타민 D, 비타민 K)의 흡수를 방해하여 이들 다른 영양소의 상대적 결핍을 야기하거나 심지어 고양이에서는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영양 균형이 이렇게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에서는 개와 고양이에게 제공되어야 할 영양소의 적정량을 규정하고 펫푸드 회사에 이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나라의 일부 펫푸드 회사들도 이 “국제적”인 권고 사항에 맞춰 펫푸드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만들어 음식을 주는 “홈메이드” 식이를 하는 경우에는 영양학적 균형에 대한 지식과 함께 원료의 선택과 제공 함량에 있어서의 치밀함을 필요로 합니다.
실제로 생간(raw liver) 함량이 높은 레시피를 고양이에게 장기간 급여하여 강직성 척추염을 야기한 사례도 있습니다(비타민 A의 과도한 급여). 키우는 개와 고양이의 영양상태를 평가하는 방법에는 모발 검사(미네랄), 혈액 검사, 관능 검사 등이 있습니다. 이중 모발 검사는 최근 동물병원을 통해 서비스가 제공되기 시작했습니다.
영양학에서는 좋다고 하는 한 원료나 음식에 꽂혀 주구장창 그 음식을 주는 것을 매우 위험한 행위로 간주합니다. 개와 고양이의 건강을 위한다면 필수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각각의 영양소를 “적당히” 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