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 포유동물의 새끼를 지칭할 때 영미권에서는 컵(cub)이라는 말을 쓴다. 컵이라는 단어를 쓰는 동물은 사자, 퓨마, 곰 같은 맹수들에게만 해당된다. 그런데 컵이라는 말은 야구에 대해 조그마한 관심이라도 있는 분들은 사실 누구나 아는 말이다. 미국 프로 야구팀인 시카고 컵스 때문인데, 이 팀의 마스코트는 귀여운 새끼 곰이다.
그런데 컵(cub)은 새끼 동물이라는 사전적인 의미와는 달리 최근 전혀 다른 의미로도 미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연상녀-연하남 커플을 말할 때, 흔히 연상녀는 거친 야생에서도 유독 강인한 생존력을 가진 동물인 쿠거(cougar)라고 하고, 연하남은 쿠거의 보살핌을 받는 가녀린 컵(cub)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뮤지컬 '쿠거'의 쿠거 역시 연상녀로 의미로 쓰였다.
참고로 쿠거는 북미산 빅캣인 퓨마의 별칭이다.
ⓒ캉스독스 쿠거는 북미산 빅캣 퓨마의 별칭이다. 최근 들어서는 연하남을 찾아 다니는 연상녀를 이르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강인한 생존력이 돋보인다. |
이야기를 잠시 돌려 생물학적 관점에서 연상녀-연하남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정 연령의 생존자가 앞으로 더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생존년수를 흔히 기대수명이라고 부른다. 2011년 기준 대한민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84.5세에 이르는 반면 남자는 77.7에 불과하다. 남녀 간 기대수명 차이는 6.8년에 이르는 게 현실이다.
이런 기대수명을 근거로 단순 계산하면 동갑의 남녀가 결혼하면 여성은 평균 6.8년을 노년에 혼자 살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만약 5살 차이의 연상남-연하녀 커플이 결혼하면 해당 여성은 11.8년이나 혼자 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물론 이러한 계산은 산술적 평균에 불과하므로 그렇지 않은 경우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쿠거와 컵 즉, 연상녀와 연하남 커플이 결혼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만약 6~7세 연상녀-연하남 커플이 있다면 이들은 비슷한 시기에 사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노년이 되면 두 가지가 가장 무서워진다고 한다. 첫째는 고정적 수입이 없거나 부족하여 생기는 금전적 어려움이다. 다른 하나는 배우자와의 사망으로 발생하는 쓸쓸함과 외로움이다. 하지만 쿠거-컵 커플의 경우, 적어도 후자의 위험에서는 벗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할 수 있다.
연상녀-연하남 커플이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점점 되어가고 있다. 필자 주변에도 그런 커플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에서는 연상남-연하녀 커플이 많은 게 현실이기도 하다.
사회적 편견이 문제라고 생각된다. 연상녀-연하남 커플이 전혀 어색하지 않는 사회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해본다. 나이 지긋한 부부가 노년에 비슷한 시기에 하늘나라로 가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백년해로이며 행복의 완성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