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제구, 길고양이와의 공존 나서.."길고양이는 생태계 일원"
유기견 입양 권고까지..'우리 연제구 맞아?' 호평
부산광역시 연제구청이 길고양이 학대 방지를 위한 현수막을 설치했다. |
길고양이를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진 부산광역시 연제구가 화제다.
지난 13일 SNS에 "우리 동네 열일 하네요!!"라는 제목과 함께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길고양이는 도심 생태계의 일원입니다."로 시작하는 현수막이었다.
길고양이를 해하거나 쥐약 및 독극물 등을 살포하는 행위는 동물보호법 위반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과 경기도 성남, 고양시 등은 수도권 도시들에서는 이미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강조하는 이런 시민 협조문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게시자는 연제구청 경제진흥과. 부산시 연제구청이었다.
연제구는 올해 중순 연산동의 한 곳에서만 길고양이가 10마리 넘게 죽은 채 발견돼 고양이 애호가들의 분노를 샀던 지역이다.
길고양이가 잇따라 죽어 나가자 길고양이 밥을 챙겨 주던 주민이 경고문까지 붙였지만 소용이 없다. 길고양이가 죽은 채 추가로 발견됐다.
이에 누군가의 소행이라고 판단한 지역 동물보호단체가 현상금을 걸고, 경찰이 죽음 원인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고 나서야 길고양이의 죽음은 멈춰 섰다.
이 과정에서 구청 측이 안이한 태도로 임한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이랬던 연제구였으니 현수막을 본 이들은 고무적일 수 밖에 없었다.
연제구청은 지난달 30일 이 현수막을 설치했다.
현수막이 자리한 곳은 누군가 길고양이를 해할 목적으로 약물을 놨다는 신고가 들어온 지역으로 그런 사고를 막기 위해 설치됐다.
구청은 같은 내용의 현수막을 여러 장 더 제작한 상태. 주민들의 요청이 들어올 경우 현수막을 설치하고,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그런데 연제구청이 대응은 단지 이번 현수막에만 그치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목줄 착용과 배변처리 등 외출시 지켜야할 사항과 함께 유기견 입양을 권고하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여러 곳에 설치했다.
구청 직원들이 거리에 나가 비슷한 내용의 캠페인도 벌였다.
동물보호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연제구청이 길고양이 연쇄 사망 사건을 계기로 달라지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길고양이 사망 사건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었다"며 "앞으로도 주민 계도 활동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제구 한 구민은 "그 사건 때문에 걱정했는데 구청에서 고양이들을 보호해 주려는 움직임이 커져서 다행"라고 반겼다.
차마 쑥스러워 대놓고 말은 안하지만 한 번 돌아서면 화끈한 모습을 보여주는 '부산 시민'의 모습을 기대해 봄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