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 새끼 고양이가 누워 있었다. 한적한 길도 아니고 차들이 빠르게 달리는 서울 한복판이어서 처음에는 그게 고양이인 줄도 몰랐다.
신호가 걸려 잠시 멈춘 틈을 타 차에서 내려 고양이를 안았다.
어디를 다친 건지 모르겠지만 뒷다리를 잠시 허우적거리더니 눈 한 번 마주칠 틈도 없이 숨을 멈추고 말았다.
경황이 없어 동물병원에도 들어가고 구청에도 전화하고 하며 허둥지둥 아이를 떠나 보냈다.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었지만 도로에서의 2차적인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막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해야 했다.
무슨 사고가 있어서 혼자 도로가에서 버둥거리고 있었을까, 사연은 몰라도 이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사고 중 하나라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새끼 고양이는 어디에서나 태어나지만 그들은 충분한 준비 없이 차와 사람과 도시에 맞닥뜨려야만 한다.
당장의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은 어떤 생명체에게나 공평하게 마찬가지겠지만,
사람들이 만든 삶의 흐름을 따라 살 수밖에 없는 길 위의 생명들에게 조금의 가책은 느껴도 좋은 것이 아닐까.
이 작은 동물들에게 다행히 별 일이 없으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쌩쌩 움직이는 차와 바삐 걷는 사람들의 발자국을 좇을 수 있을 것이다.
별 일이 생기면 수명의 반의반도 안 되는 시간 만에 여린 생을 마감해야 한다.
누구든 상처 하나 없이 완벽하게 태어나는데, 살아가면서 상처는 늘어만 간다.
그건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인사만 수없이 길 위에 내려놓는다.
박은지 <흔들리지마 내일도 이 길은 그대로니까>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