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서 비행기 탑승 중 반려견 탈출
공사, 안전상 이유로 15분만에 사살
하네다공항선 활주로 폐쇄후 생포해 비교
지난 19일 밤 9시25분.
인천공항 탑승동과 주기장(apron)*에 갈색 털을 가진 개 한 마리가 뛰어다녔다.
그리고 약 15분 뒤.
탕! 갈색 개는 사살 됐다.
갈색 개의 이름은 ‘라이언’. 올해로 3살이 된 반려견이다.
라이언은 친구 개 2마리와 함께 서울발 방콕행 타이항공 TG657편의 탑승절차를 밟고 있었다.
사실 라이언의 주인은 한국인이 아니라 태국인이다.
지난 3년간 한국에서 일하던 태국인 주인의 타향살이 외로움을 달래주던 좋은 개였고, 좋은 가족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함께한 동행인은 태국으로 먼저 돌아간 주인의 부탁을 받은 경기도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의 통역사 태국인 묵다 웡존(사진·Mukda Wongjorn·한국명 김묵다).
그러니까 라이언은 주인의 품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태국에서는 왕의 반려견이 17세로 죽은 일이 1면 하단 뉴스가 된다. ⓒBangkok Post |
태국인들은 개를 매우 좋아한다.
왕족 중 애견가나 애묘인이 많고 거리의 동물에게도 관대하다. 수의학 수준도 높아 아시아권에서는 일본 다음으로 손꼽힌다.
그래서 태국인 근로자들이 외국에서 여러 해 일할 때 개를 키우는 일이 많다.
그리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먼저 귀국하게 되면 묵다 씨처럼 태국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에게 부탁해 자신의 반려견을 데려온다.
묵다 씨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한국에 남게 된 개들을 태국에 있는 주인들에게 보내줬다고 한다.
이날도 반려동물 탑승 규정에 따라 반려견 3마리를 모두 화물칸에 위탁화물로 맡겼다고 한다.
타이항공 수속을 대행한 아시아나항공 데스크를 통해 수속 절차를 밟으며, 케이지의 결속을 누차에 걸쳐 확인했다고 한다.
그런데 왜 라이언에게 이런 슬픈 일이 생겼을까.
10∼15분 정도 계류장 등을 뛰어다녀 활주로로 진입할 위험이 있어 사살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공항은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가장 먼저 그물로 잡다가, 안 되면 공기총을 쏘고, 이마저도 실패하면 실제 총을 쏴서 잡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네다공항 전경. |
하네다공항의 대처는 어땠을까?
아사히TV 뉴스 "기내에서 개가 도주... 하네다 공항의 활주로 임시 폐쇄"
"18일 저녁 하네다공항에 착륙한 항공기에서 애완견이 도망, 활주로를 일시 폐쇄했습니다.
일본항공(JAL)에 따르면 오후 5시40분쯤 삿포로에서 출발해 하네다공항에 도착한 516편에서
개는 보더 콜리로, 비행기가 머물던 14번 게이트 부근에서 활주로를 향해 달려 도망쳤습니다.
직원이 개를 쫓은 지 약 1시간 30분 후에 잡았습니다.
이 영향으로 4개 있는 활주로 중 1개를 약 10분동안 폐쇄했습니다만,
-아사히TV
공항에서의 돌발 상황은 자칫하면 큰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빠르고 강경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같은 장소(공항), 같은 상황(반려견 탈출)인데 한 곳에서는 시간을 들여 포획하고, 한 곳에서는 15분 만에 총을 꺼내 들었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아닐까.
타이항공은 묵다 씨에게 1만 바트, 우리 돈으로 33만원가량을 최대 보상금액으로 제시했다.
이번 사건은 태국 현지에서는 방송 전파를 탈 정도로 크게 다뤄졌고, 고작 33만원으로 사건을 해결하려 한 타이항공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