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최저 기온 영하 14도. 충청북도 제천 역시 올겨울 최강 한파를 비껴가지 못했다.
제천의 한 아파트 상가 슈퍼에서 일하고 있는 여대생 유경씨. 오늘도 출근과 함께 고양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 10시. 고양이 한 마리가 추위에 꽁꽁 언 몸을 이끌고 슈퍼 앞에 나타나 '야옹~'하고 운다.
고양이의 이름은 냥냥이.
최강 한파 때문에 물을 먹지 못한 듯 냥냥이는 다섯 컵 넘게 종이컵에 든 물을 허겁지겁 찍어 먹는다.
그리고 유경씨가 챙겨준 간식을 먹고, 히터 앞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잠을 청한다.
"난로 앞으로 자기가 먼저 걸어가서 자더라구요. 털이 탈까봐 걱정돼서 제 옆으로 데리고 오면 다시 난로 앞으로 가네요 ㅎㅎㅎㅎ"
냥냥이는 지난 여름 유경씨가 슈퍼에서 일하고 난 뒤 얼마 안돼 찾아오기 시작했다.
원래 아파트의 한 주민이 기르던 집고양이였지만 버림을 받았다고 했다.
오전 10시 슈퍼를 찾아와서는 오후 4시 되기 전에는 어디인지 모를 자기의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슈퍼를 자기집, 유경씨를 새로운 집사로 여기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얼마 전 눈이 많이 내렸을 때엔 쌓이는 눈발에 거르는가 싶었다.
하지만 이때도 냥냥이는 눈을 맞으면서도 슈퍼로 힘차게 걸어왔다.
유경씨는 "눈을 맞고 냥냥 걸어오는데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더라구요. 어느새 저도 냥냥이를 기다리게 되네요."(웃음)
마냥 편안한 것만은 아니란다. 주민들 중에 길고양이들을 불편해 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
그래서 유경씨도 조심스럽다.
사진을 남기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애교덩어리지만 일을 할 때는 가급적 고양이가 있음을 알리려고 하지는 않는단다.
이미 집에 '주인님(고양이)이 계셔서' 냥냥이를 데려가기는 어려운 유경씨.
냥냥이와의 간택 인듯 간택 아닌 간택 당한 것 같은 생활이 쭉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