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에 올라온 고양이 수염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추운 날씨에 난로 앞에 다가갔다가 얼결에 수염을 홀라당 태워먹은 듯한, 일어날 법한 사진이었다.
특히 입주변 양옆 수염끝이 돌돌 말려 있어 웃음을 자아냈다.
고양이는 열에 대해 민감하지 못하다. 그래서 뜨거운 화덕 옆에 오랜 동안 있을 수 있고 호기심에 불이 있는 곳을 가까이 했다가 수염이 탈 수도 있다.
그런데 수의사들은 결코 웃을 수 만은 없는 모습이라는 의견이다. 특히 일부러 따라하겠다고 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 수염이 고양이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체기관이기 때문이다.
수염처럼 보이는 이 털은 촉각털이라고 부른다.
더듬이를 연상하면 쉬운데 직접 보거나 만지지 않아도 사물의 크기와 위치, 모양 등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즉, 고감도 안테나 같은 기능을 한다.
개도 촉각털이 있지만 고양이에게 더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양이의 시력은 원거리 물체를 보는데 최적화되어 있어 바로 코앞에 있는 작은 물체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촉각털에 의존해야 한다.
고양이가 사냥할 때는 윗입술에 난 촉각털이 일시적으로 앞쪽으로 모아져서 마치 바구니 같은 모양을 만든다.
간혹 시력을 잃거나 저하된 고양이들 중 촉각털이 늘 앞쪽으로 향해 있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시각 장애인들이 사용하는 하얀 지팡이처럼 근접한 장애물을 탐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촉각털의 위치는 고양이의 기분상태를 알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화가 났거나 겁을 먹었을 때는 촉각털이 머리 쪽으로 바짝 붙게 되고 반대로 안정된 상태에서는 자연스럽게 중간에 위치하게 된다.
고양이는 물을 먹을 때에도 촉각털에 물이 묻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도 촉각털이 갖는 중요성 때문이다.
이런 촉각털이 훼손된다면 고양이는 눈앞의 물체를 잘 파악할 수 없게 되고 덩달아 행동이 둔해질 수 밖에 없다. 생활하는데 불편을 겪게 되는 것이다.
김건호 경인동물의료센터 원장은 "극소수 보호자들이 미용 목적에서 고데기를 써서 촉각털의 끝을 돌돌 말리게 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몇개월 뒤 원상회복이 되기는 하지만 일부러 그렇게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