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함께 살다 보니 고양이는 개와 참 많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사실, 털 달린 네 발 동물이라는 것 말고는 별로 비슷한 구석이 없다. 성격도 다르지만 무엇보다 습성이 많이 다르다.
고양이는 개와 달리 모래에 배설을 하고, 높은 곳에 잘 뛰어오르고, 물건을 건드리지 않고도 사뿐사뿐 걸어 다니며, 야행성이다.
처음 고양이를 키워보는 사람들 중에는 그 엄청난 수면 시간에 놀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디 아픈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대낮까지 깨지도 않고 자고, 자고, 또 자고…. 하지만 고양이는 원래 그렇게 많이 잔다.
그 이유는 야생에서의 습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고양이 외의 육식동물들도 대체로 마찬가지다.
초식동물은 하루 종일 천천히 풀을 뜯어 먹으며 동시에 적을 경계하지만, 반면 육식동물은 사냥을 하기 때문에 짧은 순간에 많은 에너지를 쏟고 섭취해야 한다.
그래서 사냥 외의 남은 시간은 가능한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도록 안전한 곳에서 잠을 오랫동안 자는 습성이 있다는 것이다.
훌륭한 사냥꾼 기질을 지닌 고양이들은 여전히 수면 시간이 길다. 그럼 언제 깨어서 활동하느냐 하면, 바로 한밤중이다.
푹 자고 일어난 이 야행성 동물은 한밤중에 느닷없이 뛰어 사냥 비슷한 걸 하기 시작하는데 그걸 일명 ‘우다다’라고 한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집사의 생체 리듬에 맞춰 밤에 자고 낮에 활동하는 고양이들도 있다.)
우리 집은 우다다 스케줄이 꽤 정확한 편이다. 고양이 몸속에 생체 시계가 있는지, 밤 12시가 되면 거의 정확하게 시작한다.
보통은 제이가 앞발로 휙휙 아리에게 주먹을 날리며 자극하다 술래잡기를 시작하는 것 같다.
제이가 어릴 때 하도 물고 할퀴며 뛰어다니기에 둘째를 입양하면 조금 나아질까 했는데, 그 덕분인지 이제 발가락을 물진 않지만 두 마리가 한 번은 쫓고 한 번은 쫓기며 거실부터 안방까지 질주하는 소리가 아래층에 들릴까 걱정이다.
침대에 누워 잠이 소록소록 찾아올 때쯤 어김없이 밑도 끝도 없이 뛰기 시작해서, 신랑과 나는 아예 한쪽에 몰려 누운 채 침대 한쪽은 애들이 뛰어다닐 자리를 만들어 준다. 안 그러면 밟히니까….
나는 비교적 잘 자는 편이라서 우다다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들기도 했지만 예민한 신랑은 한동안 고양이들 뛰어다니는 소리에 꽤 힘들어했다.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은 피곤함과 고양이들의 격렬한 우다다 콤보의 괴로움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렇다면 고양이 우다다를 하지 않도록 훈련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안타깝지만 없다. 무작정 집안을 가로질러 뛰어다니는 우다다는 집사라면 응당 받아들여야 하는 고양이의 습성 중 하나인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의 끓어오르는 질주 본능을 조금 해소해주는 방법은 있다.
우다다는 사실 야생에서라면 사냥 등으로 해소했어야 하는 에너지를 발산하는 행위이기도 하므로, 집사가 적극적으로 장난감을 이용해 놀아주면 주체 안 되는 에너지를 어느 정도 깨어 있는 시간 동안 해결해줄 수도 있다.
강아지는 꼭 산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많은 반려인들이 알고 있지만, 그만큼이나 고양이에겐 놀이가 필요하다는 것을 나 역시 종종 잊는 것 같다.
새로 산 장난감이 사흘이면 망가지기 때문이라는 변명은 집사 사정일 뿐, 고양이는 그저 가짜 새, 가짜 물고기인 줄 알고도 뛰어 놀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데 말이다.
고양이의 뜀박질 원인을 몰라 고통스러운 집사라면 일단 최선을 다해서 깨어 있는 동안에 낚싯대를 흔들어 보자.
대신 또 뜀박질 후에 곤히 잠자는 모습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으니, 인생이란 역시 ‘단짠단짠’이라는 걸 고양이를 통해 또 배운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