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다친 고양이를 땅에 묻은 경비원의 행동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행위 자체는 학대이지만 최선이라고 판단하고 달라진 의식과 제도에 맞지 않는 행위를 하는 이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두고서다.
지난 24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차에 치여 다친 고양이를 땅에 묻는 동영상이 SNS로 확산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영상 속 경비원은 삽으로 판 구덩이 속으로 고양이를 집어넣다가 고양이가 들어가지 않으려 하자 삽으로 머리를 내려친다.
이어 영상을 찍고 있던 초등학생에게 "이렇게 묻어줘야 얘(고양이)도 편한 거야 알아? 알았지? 고양이는 살아날 수가 없어. 차에 많이 치여서"라고 설명한다.
살아 있는 고양이를 생매장하는 영상은 빠른 속도로 확산됐고, 사건 다음 날인 25일 경비원은 동물학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에 언론 매체는 '고양이 동물학대'가 발생했다고 주목했고, 같은 날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재발 방지를 위해 엄중 처벌을 요구한다'는 논평을 냈다.
하지만 이 사건은 피의자에 비난이 쏟아지는 여느 동물학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경비원이 평소 오갈 데 없는 고양이에게 개인 돈을 들여 사료를 주는 등 고양이를 보살펴 왔음이 확인된 것이다.
또 경비원은 조사에서 고의성이 없었으며, 고양이의 고통을 줄여주고 싶어 묻어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경비원이 '아픈 고양이를 묻어줄 수밖에 없지 않았겠느냐'는 취지의 글도 올라오고 있다.
한 지역구 커뮤니티에는 '고양이 생매장 욕먹는 경비 아저씨 전 왜 다르게 보일까요?'라는 제목의 글이 추천글로 등록돼 있다.
글쓴이는 '그 경비 아저씨는 어떻게 해야 옳았던 것일까요?'라며 '아저씨가 멀쩡한 고양이를 주민 민원으로 잡아다 죽인 것도 아니고 (중략) 사람들은 경비 아저씨를 천하의 잔인 무도한 놈인양 욕하고 손가락질하는 댓글을 쓰지만 전 생각이 자꾸 많아지네요'라고 적었다.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는 네티즌 역시 자신의 블로그에 비슷한 취지의 글을 올렸다.
'경비 아저씨의 행동이 그 정도까지 잘못되었다고는 생각치 않는다.
죽어가는 걸 그대로 놔두면 이런 흉칙한 게 왜 여기 있냐며 주민들이 떠들어댈 것이고
죽기만을 기다리다가 법대로 일반쓰레기 봉투에 담을 수도 없는 노릇이며
죽어가는 고양이의 고통을 줄여준답시고 생명을 끊는다면 경비원이 초등학생 앞에서 고양이를 죽였다고 난리칠 테고
죽기 전에 치료를 하는 방법이 있지만 많아 봤자 월 120 정도 받는 경비 아저씨가 사람보다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동물병원에 길냥이를 데려간다는 것도 어렵고
그냥 경비 아저씨 나름의 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최선이라고 생각한 것을 선택했다고 생각된다'(발췌)
죽어가는 고양이를 묻어준 행위가 '생매장'보다 '안락사'에 가깝다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고양이 매장이 10살도 안 된 초등학생 앞에서 이뤄진 점, 살아 있는 생명을 빼앗았다는 점에서 경비원의 행동에 대한 도덕적 평가를 함부로 내리기 어렵다.
하지만 카라가 논평에서 지적한 대로 '아픈 동물을 도울 길 없는 시스템 부재 속에서 위험에 빠진 동물들의 구조와 치료를 언제까지 개인의 선의와 희생에만 맡겨둘 것인가'에 대한 물음은 우리 사회가 생각해 볼 숙제로 남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