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추억을 남기기 위해서였다.
2살 된 스피츠 '시루'를 키우는 임성욱 씨는 평소에는 똑똑한 녀석이 유독 숨바꼭질에 약한 것이 귀여웠다.
그래서 그 모습을 동영상을 남기기 위해 준비를 마치고 시루와 놀다가 재빠르게 뛰어와 문 뒤로 숨어들었다.
하지만 함께 놀던 형이 순식간에 증발한 시루에겐 청천벽력 같은 일일 터.
심각해진 녀석은 물고 있는 장난감을 내팽겨치고 킁킁거리며 형을 탐색한다.
"분명 이 근처에서 형아 냄새가 나는데....."
아, 그런데 이 녀석 못 찾는다. 코앞에 성욱 씨를 두고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애타게 찾는 모습이 보는 이까지 짠하게 만든다.
시루가 성욱 씨를 찾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1분여. 시루가 문 뒤의 성욱 씨를 발견하고 폭 안기는 표정은 이산가족 상봉 현장 못지않다.
성욱 씨는 "평소에는 얼마나 똑똑한지 몰라요. 산책 가자고 하면 목줄과 하네스가 든 서랍을 열고 기다리고, 기본적인 훈련도 몇 번만 가르치면 금방 하고요. 그런데 이상하게 숨바꼭질에 약해요"라고 의아해했다.
하지만 시루가 못하는 건 '찾기'일 뿐, '숨기'에는 성욱 씨보다 훨씬 더 뛰어난 기량을 뽐낸다.
이 사진에 시루는 어디 있을까?
바로 여기, 싱크대 옆에서 시루가 빼꼼히 얼굴만 내밀고 있다.
형제는 닮는다고 했던가. 성욱 씨와 시루의 숨바꼭질 놀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