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이야 네가 이집트에서 신으로 대접받았다는 게 믿기질 않아. 나 양이는 쥐나 뱀 등 곡식을 축내거나, 사람에게 해로운 짐승들을 잘 잡아서 *바스테트 여신으로 대접받았지만, 너는 뭘 잘 했다고 그래.”
“아래 그림을 볼래. 죽은 이의 미라를 만들고 있는 게 누군지 알아? 나 멍일 닮았지. 자칼의 머리를 하고 있는 아누비스 신이야. 미라를 만들기 위해서 죽은 이를 방부 처리하는 중이야.” 썩은 고기를 먹는 청소동물을 막아주는 묘지의 수호신이기도 하지.”
“그러니까 시체를 염하고, 동물들이 시체를 먹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거네. 그 정도 일이 뭐가 중요하다고 신으로 대접했을까? 어쨌든 별로 중요한 신이 아니구나.”
“양이야 그렇지 않아. 이집트인들은 죽은 뒤에도 새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믿었어. 육체(시체)는 원래상태대로 보존돼야 하고, 영혼은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자양분을 공급받아야 하며, 죽은 자의 이름은 기도를 통해 찬양돼야 새로운 삶을 누리는 게 가능했어. 피라미드를 만들고 그 속에 왕들의 미라를 넣은 이유야. 미라를 만들어 육체를 보존하는 아누비스 신은 영생을 위해 굉장히 중요한 신이야.”
미라를 만들고 있는 아누비스 ‘테베에 있는 센네젬과 친족의 무덤’ 이집트 19왕조(BC 1320경~BC 1200경) |
“미라를 만드는 것은 염하는 것과 달라. 육체가 썩지 않고 보존되도록 하는 놀라운 기술이야. 그 기술을 가르쳐 준 게 바로 아누비스 신이야. 이집트에는 고양이 묘지 도시인 부바스테트가 있어. 거기에 있는 고양이 미라도 다 아누비스의 가르침에 따라 만든 거야. 양이 너는 나 멍이에게 감사해야해.”
“그렇다고 치자. 자칼이 아누비스 신으로 대접 받은 거지 멍이 네가 대접받은 게 아니잖아.”
“양이야 너는 좀 삐딱한 게 흠이야. 사람의 몸을 한 아누비스도 있지만 개의 몸을 한 아누비스도 있어. 시간이 갈수록 점점 개의 몸을 한 아누비스가 많아지지. 자칼이 개과야 개과.”
개의 몸을 한 아누비스 ‘투탕카멘의 무덤’ 투탕카멘(BC 1361~BC 1352) |
“양이 네가 자랑하는 바스테트 여신은 다산과 풍요, 잔치와 축제를 주관했잖아. 고양이 신은 인간이 살아있을 때 필요한 것들을 베풀었지. 반면에 아누비스는 인간이 죽은 뒤 영생으로 인도하는 신이지.”
“그렇구나. 이집트에서 집사들은 살아서는 나의 보살핌을 받고, 죽어서는 멍이의 인도를 받는 존재구나.”
“이제야 말귀를 알아듣네. 바스테트나 아누비스 모두 검정색이야. 이집트의 옥토를 상징하는 색이야.”
“멍이야, 아누비스가 아래 그림에서 저울로 뭔가의 무게를 달고 있네. 뭐야?”
“아주 중요한 질문이야. 심장이야 심장.”
“왜 심장의 무게를 달지?”
“아누비스는 저승의 수문장이면서 인간이 지은 죄를 판단하는 심판자이기도 하지. 깃털보다 심장무게가 무거우면 죄를 많이 진거고 가벼우면 착하게 산거야. 죄가 많으면 영생을 못 누리리고 그렇지 않으면 사후세계로 들어가 다시 살아.
기독교에는 천당과 지옥이 있고, 불교에서는 극락과 지옥이 있듯이 현세의 삶은 내세와 항상 연결돼 있지. 참고로 불교는 자신이 한 일(업)에 따라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의 6종류의 삶을 윤회한다고 해.”
죽은 자의 심장무게를 달고 있는 아누비스 '사자(死者)의 서'에서 |
“이집트에서는 저승까지 심장을 가지고 가니. 그리고 어떻게 심장이 깃털보다 가벼울 수가 있니?”
“바로 그거야. 미라를 만드는 방법을 간단하게 설명할게. 콧구멍 안에 있는 비강을 통해 뇌를 꺼내서 모두 버려. 쓸모가 없거든. 모든 생각은 심장에 들어 있다고 생각해서 심장은 제자리에 남겨둬. 간과 허파와 위와 창자는 방부처리 한 뒤 따로 항아리에 담아 미라 옆에 뒀지. 또 무덤에 같이 넣는 '사자의 서'*에 미라가 살아생전에 착한 일을 많이 했다고 기록해. 죄를 가볍게 하는 노력이지. 심장은 단순한 물질적인 심장이 아니라 살아생전에 그 사람의 행위를 의미해. 그래서 깃털로 무게를 달지.”
“됐고. 그림속의 아누비스를 보면 얼굴은 옆모습이고 상체는 정면을 보고 있으면서 발은 또 옆으로 길게 돼있어. 왜 그런 거야?”
“이집트미술의 특징이야. 파라오의 초상도 대부분 그렇게 그려.‘정면성의 원리’라고 하지.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는 게 아니라, 사람의 본질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그리는 방법이지. 보이는 대로 그리느냐, 본질을 그리느냐는 미술사에서 자꾸 반복되는 주제야. 아비누스의 그림이 여인의 앞, 뒤, 옆모습을 다 그려 넣은 피카소 그림 '아비뇽의 여인들'처럼 표현한 것 같지 않니?”
“또 이집트인들은 같은 그림 안에서 중요한 인물이나 신을 크게 그려. 그 사람의 중요성, 신의 중요성을 크기로 표현하는 방법이야.”
“그렇구나. 이제 이집트를 떠나 그리스로 가자. 그리스의 양이를 내가 설명할 게.”
“아냐, 그리스는 멍이가 중요해 내가 먼저 할게.”
야옹 야옹 멍 멍 야옹 야옹 멍 멍 캬옹 으르릉
*연재 '신이 된 고양이' 참조
*사자의 서=죽은 이가 지하세계에 안전하게 갈수 있도록 하는 안내서. 미라와 함께 무덤에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