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카페 로닌
갈 때마다 기존에 알던 가게가 없어지고 또 새로운 곳이 생겨나는 변화무쌍한 홍대에서 카페 로닌은 10년 동안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그 덕에 카페 로닌으로 밥 먹으러 오는 길고양이들 역시 오랫동안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자연스레 분위기가 덧대어진 공간
카페 로닌은 홍대 메인 거리와는 조금 떨어져 위치해 있다. 시끌벅적하기보다는 특유의 감각으로 짙은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조용한 공간.
커피뿐 아니라 칵테일, 와인 등 다양한 음료를 다루고 있으니 그때그때 기분과 분위기에 걸맞게 함께하면 좋겠다.
카페 로닌의 오훈섭 사장은 “빈티지한 콘셉트라기보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저절로 빈티지해졌다”며 웃는다.
벽에는 직접 찍은 길고양이 사진 액자가 걸려 있고, 손님들이 오가며 그려준 고양이 그림도 많다. 함께해온 시간들이 자연스럽게 카페의 일부가 된 셈이다.
하지만 ‘고양이 카페’로서의 간판을 내걸고 있는 것은 아니다. 카페 로닌은 길고양이들이 자주 찾아오는 일반 카페다.
말 그대로 ‘길고양이 밥집’인 것.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길고양이를 챙겨주게 되셨느냐고 묻자, 그냥 고양이들이 찾아오니까 밥을 준 것뿐이란다.
길고양이가 찾아오는 곳
카페 로닌에서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기 시작한 지는 10년이 됐다. 카페가 나이를 먹는 동안 고양이들도 함께해왔다.
그 시간이 긴 만큼, 찾아오는 길고양이들도 주기적으로 달라지곤 하지만 보통 10마리에서 15마리 정도가 밥을 먹으러 온다. 동네 고양이들 사이에 꾸준히 소문이 나는 모양이다.
밥만 먹고 가는 녀석도 있지만, 몇몇 아이들은 카페를 집처럼 드나들며 자리를 잡고 낮잠을 자기도 한다. 손님이 앉는 테이블을 떡하니 저들끼리 차지하고 있어도 누구 하나 타박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카페 로닌에는 곳곳에 고양이들의 흔적이 묻어 있다. 소파에 발톱 자국이 좀 나도, 이곳의 길고양이들과 공존하고 있다는 느낌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거의 6, 7대째 이어서 오는 아이들도 있어요. 태어나자마자 어미 고양이가 데리고 와서 밥을 먹이니까, 그 애들한테는 그냥 여기가 당연히 밥 나오는 곳처럼 여겨지는 것 같아요.”
그 덕에 오훈섭 사장은 제대로 휴가를 가기도 어렵다고. 카페에 앉아 있다 보면 사장님이 어느 순간 사료를 부어주러 나가고, 그래서 바깥을 쳐다보면 어느새 고양이가 기다리고 있다.
길고양이와 더불어 살아가는 일상은 특별히 애를 쓰거나 신경을 기울이는 생활이라기보다, 그저 자연스러운 흐름이 된 듯하다.
그래서일까, 카페 로닌은 가끔 찾아가도 늘 그 자리에 있던 익숙한 집처럼 참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