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유음, 길고양이 문예지 '젤리와 만년필' 8월 첫 호
국내 최초의 고양이 문예지가 창간된다. 출판사 유음이 8월 초 첫 선을 보이는 잡지 '젤리와 만년필'이다.
정현석 유음 발행인은 14일 "'젤리와 만년필' 창간호 제작비 등을 위해 모금을 진행 중이다. 예정대로 모금이 완료되면 이달 25일에 인쇄에 들어가고 31일쯤 배본할 예정"이라고 소식을 전했다.
젤리와 만년필은 '젤리(고양이 발바닥을 부르는 말)로 만년필을 든 고양이 입장에서 쓴 이야기'라는 뜻을 담은 이름이다.
출판사 이름이자 편집부 다섯 번째 멤버라는 고양이 '유음' |
유음은 지난해 가을, 44년간 명맥을 이어오며 '서울시 미래문화유산'까지 지정됐지만 건물주로부터 쫓겨날 위기의 서울 신촌 공씨책방에서 모임을 갖던 네 사람이 만든 출판사다.
이들 네 사람은 저마다의 이유로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대표되는 비자발적 이주, 전월세 문제 등에 관심이 많았다.
정 발행인은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한 이후로 1년 이상 한 동네에 머문 적이 없다. 동네 친구를 만들고 싶어도 한 동네에 오래 살아본 경험이 없었다. 어느 개인을 탓할 수 없는 순간, 이것도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도시 문제는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낯설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었고, 유음은 이 문제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고양이를 떠올렸다.
다음 달 선보이는 젤리와 만년필 창간호 표지 |
정 발행인은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만큼 고양이의 시선으로 도시를 이야기하면 조금은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젤리와 만년필의 기조와도 같은 '고양이에게 포용적인 도시는 인간에게도 포용적인 도시'라는 문구는 그렇게 탄생했다.
정 발행인은 "도시 문제와 고양이의 접점을 쉽게 생각하면 대표적으로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인간과 고양이가 모두 터전을 잃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의 철거를 앞두고 주민과 구청이 길고양이 이주를 고민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가 젠트리피케이션도 마찬가지다. 쫓겨나는 임차상인이 있듯이 사람이 붐벼 동네가 시끄러워지면 작은 동물이 떠나고 고양이가 떠나게 된다. 그런 문제의식에서 도시 문제를 고양이로 잘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창간호 일부 |
젤리와 만년필 창간호는 현재 편집이 완료된 상태다.
'우리는 귀엽고 강하다'라는 주제 아래 고양이를 소재로 한 시, 소설, 만화 등을 비롯한 창작물이 실렸으며 기성, 신인 작가가 골고루 참여했다.
오는 25일까지 온라인 펀딩 플랫폼 텀블벅(tumblbug.com/theyueum1/policy)에서 제작비 800만원을 모금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성공 즉시 인쇄에 들어가는 일정이다.
텀블벅에 후원하는 이들은 창간호를 가장 먼저 받아보는 독자가 된다. 또 후원금 순수익의 10%는 고양시캣맘협의회와 우리동물병원생명협동조합에서 진행하는 길고양이 TNR 사업에 기부된다.
이 프로젝트는 14일 오후 현재 500여만원이 모금돼 63%의 달성율을 보이고 있다.
유음은 앞으로 '젤리와 만년필'을 연3회(2~5월호, 6~9월호, 10~1월호) 발간한다는 계획이다. 판매 가격은 1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