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한 아파트에 들어선 고양이 정원..쓰레기투기장을 고양이 쉼터로 바꿔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에 마련된 고양이 정원에서 지내는 길고양이 |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이곳 상가 주차장 한쪽에는 '고양이 정원'으로 불리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데이지, 꽃잔디, 분꽃, 수레국화 등 알록달록한 꽃이 만발한 정원 안에는 길고양이 네 마리가 꽃냄새를 맡거나 늘어지게 잠을 잔다. 냥이들의 꽃밭 보금자리다.
하지만 오랜만에 이 아파트를 지나는 사람은 놀랄 수밖에 없다. 올 초까지만 해도 정원 자리는 쓰레기나 나뭇가지가 1~2m 쌓인 버려진 땅이였기 때문이다.
그 버려진 자투리 땅을 손수 치우고 가꿔 고양이 정원으로 변신시킨 이는 이 아파트에 사는 김미정 씨다.
올 3월 김미정 씨가 조성한 고양이 정원. 팻말은 이웃집 미대생이 재능 기부로 만들었다 |
김 씨는 19일 노트펫과의 통화에서 "관리사무소에서도, 상가에서도 손 쓸 수 없어 방치된 땅이었어요. 상가 주차장과 화단 경계의 서너 평 남짓한 곳인데, 제가 정원을 만들고 가꾸고 대신 고양이들이 지낼 수 있도록 상가 분들께 협조를 요청드려 모두 잘 지내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고양이 정원이 꾸며진 것은 지난 3월. 김 씨는 이 무렵 화단에서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죽은 걸 발견했다.
"제가 이곳에 밥을 주는 걸 안 어미 고양이가 새끼 세 마리를 놓고 갔는데 그중 '고동'이라 이름 붙인 녀석이 보이질 않아 궁금해하고 있었어요. 다시 어미에게 갔나 싶었는데 한 달쯤 뒤에 고동이가 두꺼운 장미 덤불 사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죽었더라고요."
김 씨는 이 사건을 계기로 장미 덤불을 정리하려고 했지만 쓰레기와 각종 폐자재가 쌓인 공간 때문에 화단 안쪽으로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이에 김 씨와 그의 남편, 아들까지 세 사람이 의기투합해 높게 쌓인 쓰레기를 걷어내 리어카로 옮기고 흙을 고르게 펴 그곳에 꽃씨를 뿌렸다. 장장 이틀이 꼬박 걸린 작업이었다.
김미정 씨는 남편과 아들의 도움을 받아 쓰레기더미를 치우고 꽃씨를 뿌렸다 |
막 모종을 심었을 때의 모습. 호기심에 다가온 고양이 |
거기에 고양이 정원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은 이웃집 미대생이 정원 팻말까지 만들어주면서 정원은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김 씨는 5년 전부터 단지 안에 고양이 급식소를 만들어 길고양이 밥을 챙기고 있다. 이제 고양이 정원까지 생기면서 챙겨야 할 곳은 두 군데로 늘었다.
그는 "5년 전 강아지를 기르기 시작하면서 동물과 교감이 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때부터 길에 사는 고양이에게도 눈이 가고 마음이 가서 밥을 챙겨주고 있어요"라고 웃음지었다.
"집사 덕에 꽃밭도 생기고 집도 생기고 편하다냥" |
고양이 급식소 역시 당시 만나면 밥을 주던 길고양이가 로드킬 당한 모습을 보고 김 씨가 직접 나서 만든 것이다.
김 씨는 "쓰레기만 쌓여 있을 땐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지나가던 곳이었는데 이제 꽃밭에서 고양이가 노는 게 보기 좋아고들 하세요"라며 "고양이에게도 이곳이 쉼터겠지만 사람에게도 그런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