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연 작가, 길고양이 홍보 포스터 배포
[노트펫]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며 길고양이 사진을 찍어온 김하연 작가는 최근 길고양이 홍보를 위한 무료 포스터를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이 포스터는 누구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사진 하단에 남기고 싶은 메시지를 적을 수 있는 공간을 남겨뒀다.
‘길고양이가 그저 고양이가 되는 그날까지’ 사람들의 오해와 편견을 바꾸고 싶은 그가 이번에 홍보 포스터를 배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김하연 작가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 이번에 길고양이 홍보 포스터 배포를 생각하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그동안 길고양이 관련 전단지를 보면 길고양이가 법적으로 보호 받고 있고 학대를 하면 처벌을 받는다는 글이 빼곡하게 들어 있는 전단지가 많았습니다. 길고양이를 싫어하거나 또는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겠지만 반면에 거부감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했습니다.
그런 거부감을 줄이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길고양이의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해 낸 것이 이번 길고양이 홍보 포스터입니다. 더불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길 바라면서 무료 배포를 한 것입니다.
Q. ‘길에서 태어났지만 우리의 이웃입니다’라는 문구가 이번 포스터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인 것 같아요.
A. 네. 길고양이는 도시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서 쥐를 잡거나 쥐의 활동을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즉 <우리의 이웃입니다>라는 문구의 의미는 길고양이가 도시생태계 속에서 존재하면서 사람들을 이롭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들의 옆자리를 허락해주고 함께 도우며 살아가자는 뜻이기도 합니다.
Q.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해도, 실질적으로 고양이에 대한 적대적 시선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은데요.
A. 크게 보면 길고양이 학대 사건이 꾸준히 일어나는 것과 작게 보면 여전히 길고양이의 밥 주는 문제로 다툼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길고양이를 싫어하고 미워할 수는 있지만 직접적으로 위협이나 학대를 하는 것은 분명히 범법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길고양이를 비롯한 동물학대 사건에 대해서 제대로 처벌을 받은 사례가 없는 것도 끊임없이 동물 학대 사건이 일어나는 원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 길고양이 홍보 포스터 배포가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A. 크게 바라지 않습니다. 홍보는 당장의 효과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보는 사람의 기억에 작은 기억만 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아. 길고양이가 저런 눈빛으로 살고 있구나, 안쓰럽다>와 < TNR이 그런 것이었어! 수술해도 쥐는 계속 잡는구나> 정도의 느낌만 전해줄 수 있어도 목적은 달성했다고 봅니다.
포스터를 배포하며, 받아 가신 분들에게 포스터를 붙인 것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그 사진들을 모아서 동영상으로 제작하고 배포할 생각입니다.
길고양이를 돌보면서 힘드신 분들에게 영상으로 작게나마 위로를 드리고 싶습니다. 나와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함께 동참해주시는 분들이 얼마냐에 달려있긴 합니다.
Q. 이렇게 포스터 배포, 전시회,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을 하시면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있나요?
A. 사진이나 강의를 듣고 딱 한마디를 들을 때 그렇습니다. ‘제 생각이 바뀌었어요’라는 말이죠. 하루에 한 명 바꾸겠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습니다.
Q. 작은 일이라도 우리가 길고양이의 삶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뭐가 있을까요?
A. 행동입니다. 그렇다고 바로 아이들에게 밥을 주라는 뜻은 아닙니다. 길고양이의 삶을 알고 그들의 삶을 바꾸고 싶다면 어떤 행동이라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학대 사건이나 동물보호법 개정에 대한 서명에서부터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캣맘 모임에서 나가서 활동하거나 최소한 후원금으로 모임의 활동을 지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니면 길에서 만난 고양이의 사진을 찍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거나 SNS에 올리는 것도 좋습니다.
어떤 행동이라도 해야 합니다. 가만히 마음속으로만 걱정한다고 바뀌는 것은 없거든요. 제가 하는 강의나 전시에 길고양이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크게 관심 없는 친구나 연인 그리고 가족을 데리고 와서 전시를 보고 강의를 듣는 것도 좋습니다.
Q. 이번 홍보 포스터에서도 TNR에 대해 알리고 있는데요, TNR을 무작정 하는 게 해답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A. TNR에 대해서는 설명할 것이 많습니다. 10월달에 ‘길알지’ 강의에서 다룰 예정이니 궁금하신 분들은 참석해서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그래도 한 가지만 말씀드리면 TNR에는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길고양이에게 밥은 줘야한다는 겁니다. 꾸준하고 안정적인 밥을 주지 않은 상태에서의 TNR은 아이에 대한 사형선고와도 같습니다.
단지 울지 않는 고양이를 만들기 위한 TNR은 그 아이의 죽음을 의미합니다. 영역 다툼에서 밀리고 밀리다 보면 결국 그렇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2007년부터 지방자체단체에서 진행된 TNR은 대부분 불편 민원 해소 차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울음소리가 듣기 싫다. 어떻게 해달라.’ 과연 그렇게 TNR 당한 아이들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요!
Q. 겨울을 앞두고 찬바람이 부니 캣맘, 캣대디들의 걱정도 커질 듯합니다. 그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길에서 태어나서 길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겨울이 오면 겨울에 대비합니다. 살을 찌우고 털을 풍성하게 하면서 나름 대비를 합니다. 아이들을 믿고 꾸준히 돌봐주시길 부탁드리며 특히 돌보는 분들도 자신의 몸을 살피는 것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길고양이를 알고 나서 길고양이를 돌보는 일은 결승점 없는 마라톤을 뛰는 것이며 종착역 없는 기차에 올라탄 것과 같습니다. 길고양이만큼이나 본인들 몸도 꼭 챙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