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미국인들은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나누는 대화를 스몰 토크(small talk)라고 한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주제가 날씨와 스포츠다. 얼마 전 필자가 사는 동네의 마을 아저씨들도 그런 스몰 토크를 나눈 적이 있었다.
아직 본격적인 스포츠 시즌이 되지 않아서 그날 진행된 스몰 토크의 주제는 날씨였다. 그런데 날씨 이야기는 갑자기 야생동물로 주제가 바뀌면서 열기가 더욱 뜨거워졌다.
날씨가 풀리면 식물들은 사람들에게 푸른색 잎과 예쁜 꽃을 보여주면서 봄이 왔음을 알려준다. 식물이 움직이면 동물도 따라 움직이게 된다. 겨울동안 안 보이던 야생동물들이 사람 근처로 찾아와 본격적으로 봄이 시작되었다고 확인시켜 준다.
필자가 사는 동네는 단독주택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미국의 평범한 마을처럼 아담한 정원이 딸려 있다. 그래서 창문을 열면 봄이 왔고, 동물들이 돌아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봄 이야기를 하던 주민들의 이야기는 최근 부쩍 많아진 다람쥐 이야기를 했다. 마당에 있던 눈이 녹자 다람쥐들이 떨어진 도토리를 주워 먹기 위해 모인다는 것이었다.
미국인들은 도토리를 먹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기 때문에, 다람쥐 입장에서는 눈만 녹으면 먹을 것이 지천에 널린 셈이다. 굳이 도토리를 두고 사람과 경쟁을 하지 않으니 행복할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공원에 방치된 도토리들. 미국인들은 도토리를 먹지 않기 때문에 다람쥐들은 배가 고플 수가 없다. 2017년 10월 촬영 |
다음으로 두더지가 화두가 됐다. 어떤 주민은 작년 내내 두더지가 집 마당을 헤집어 다녔다고 강조하며 두더지를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잔디를 열심히 깎아야 하고, 가을이 되면 낙엽을 제 때 치워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두더지가 파놓은 굴. 두더지는 마당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기 때문에 미국인들에게 환영 받지 못하는 동물이다. 2017년 9월 촬영 |
그렇게 강조한 이유는 처리 되지 않은 잔디와 낙엽 때문에 두더지가 만든 구멍이나 쌓아올린 흙더미를 보지 못해 발을 다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듣고 보니 그럴듯했다.
그 다음으로 뱀이 등장했다. 마당에 작은 야생동물들이 많으니 뱀은 이런 동물이나 곤충을 잡아먹기 위해 출몰한다고 한다. 뱀이 잘 숨거나 은신처로 삼는 곳은 비나 바람을 피하기 위해 장작이나 연료를 비닐로 덮어 놓은 곳이라고 했다.
작년 여름에 그런 경험을 필자도 한 적이 있었다. 너무 놀라서 한동안 뒷마당에 나가지도 않았던 기억이 다시 났다.
한 주민은 이제 뱀이 나올 시기가 되었으니, 마당에서 일을 할 때는 슬리퍼를 신지 말고 발목을 보호할 수 있는 신발을 꼭 신는 게 좋다는 말을 했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동물은 이해하기 어려운 평가를 받는 동물이었다. 토끼다. 한국에서 토끼는 매우 선하고 좋은 동물로 알려졌다. 옛날 이야기책 에서도 악당이 아닌 착한 역할로만 나온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아니었다. 미국인 중 일부는 마당 관리를 아주 열심히 한다. 그런데 토끼는 그런 사람들을 매우 성가시게 한다.
토끼는 사람들이 애써 마당에 심어 놓은 꽃을 망치고, 레터스 혹은 레러스(lettuce)라고 부르는 상추도 뜯어 먹는다. 결코 환영받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토끼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데로 쫓겨나기 일쑤다.
토끼 퇴치 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어떤 사람은 마당을 지키기 위해 집집마다 개를 키워자고 하고, 다른 사람들은 고양이를 키우자고 제안했다.
부활절 토끼. 부활절이 되면 달걀 모양이나 이스터 버니 모양의 초컬릿을 마트에서 많이 판매한다. 2018년 3월 촬영 |
물론 미국 전역에서 토끼를 이렇게 부정적만 보지는 않는다. 매년 부활절이 되면 많은 미국 어린이들은 이스터 버니(Easter Bunny)라고 부르는 부활절 토끼가 밤에 선물 남겨 놓고 갈 것이라고 믿고 잔다. 아이들에게 토끼는 여전히 귀엽고, 소중한 이미지로 남아있다.
필자도 미국 어린이들과 생각이 같다. 토끼는 여전히 귀엽고 아름다운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진짜 이유는 아직도 뒷마당에 상추는 물론 꽃도 심어두지 않았기 때문일 것 이다.
미주리에서 캉스독스(powerrange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