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의 고양이 카페 뮤키즈 |
일본 여행을 몇 번 다녀왔지만 일본 북단에 위치한 훗카이도에 대해서는 아주 많은 눈이 내리는 곳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공식적으로 일본 훗카이도라는 명칭이 붙은 것이 1869년으로, 이곳은 일본의 오사카나 교토처럼 전통적인 옛 건물이 많이 남아있는 지역에 비해 역사가 매우 짧다고 한다.
일본 전통의 볼거리보다는 오히려 두터운 눈밭으로 뒤덮인 전혀 다른 세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특별한 추천 관광지가 많지 않은 편이라 나는 온종일 눈 구경을 했다. 눈을 실컷 밟고 걷다 보니 한국에서 신고 간 길거리표 어그 부츠가 축축하게 젖었다.
카페 입구를 안내하는 고양이 발자국 |
따끈한 힐링이 필요해질 때쯤, 고양이 카페 뮤키즈(Mewkies)에 도착했다. 뮤키즈는 삿포로시 히가시구에 위치해 있는데, 번화가가 아니라 낮은 집들이 모여 있는 조용한 동네 골목이었다. 온통 하얗게 덮인 길에서 빨간색 간판은 얼른 눈에 띄었다.
신발을 벗고 이중문을 열고 들어가면, 열세 마리 고양이가 각기 좋아하는 자리에서 놀고 있다. 테이블은 딱 한 개가 있고, 나머지는 캣타워와 바닥에 누워 담요를 덮거나 만화책을 읽을 수 있는 자리가 두엇 있었다.
사람들도 누구는 고양이와 놀고 있고, 누구는 담요 속에 들어가 반쯤 기대 고양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 한 분이 자꾸 옆에 와서 재롱을 부리는 고양이 탓에 가끔씩 웃음을 터트렸다. 카페보다는 고양이가 있는 동네 사랑방 같은 분위기였다.
사장님의 어깨에 능숙하게 올라가는 고양이 |
사장님은 외국인 손님에 조금 당황하는 눈치였지만, 영어 안내판을 꺼내어 이용 안내와 주의사항을 읽는 동안 천천히 기다려주었다. 카페는 시간당 요금제로 운영하고 있어서, 처음 30분에 500엔을 내고 그 다음부터는 15분에 200엔이 추가되는 식이었다.
다만 상한 요금이 있어 평일은 2500엔, 주말은 3000엔까지만 요금이 부과된다. 음료 메뉴판이 있지만, 따로 주문하지 않아도 된다.
몇 가지 주의사항은 입장할 때 손을 씻고 소독해야 하고, 음식 반입은 가능하지만 고양이에게 절대로 주지 말라는 것, 사진 촬영은 해도 되지만 플래시는 삼가달라는 것,
어린이도 입장할 수 있지만 초등학생 이하는 부모님이 동반하여 관리해달라는 것, 고양이가 싫어하는 행동은 하지 말라는 것 등이었다. 그중 고양이 장난감에 대해 특별히 주의를 요했다. 실수로 삼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장난감 상자의 주의사항을 꼭 읽고 지켜달라는 것이었다.
서로 장난치는 카페의 고양이들 |
다른 사람들처럼 조심스레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내 곁으로 고양이 몇 마리가 모였다. 슬그머니 다가온 사장님이 나에게 팔을 뒤로 하라고 하더니 가까운 고양이 엉덩이를 톡톡 쳤다.
그랬더니 고양이가 내 무릎으로 살그머니 올라와 자리를 잡고 눕는 것이었다. 어머, 이건 우리 집 아리도 잘 안 해주는 건데….
이 고양이는 머리 만지는 걸 싫어하고 엉덩이 쪽만 좋아한다, 이 고양이는 여기 따뜻한 자리에 늘 와있다, 사장님의 간단한 설명에서 한 마리씩 세심한 관심을 가지고 돌보는 마음을 알 수 있었다. (긴 설명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홈페이지에는 고양이 시간대별 상황이 나와 있다. 개점 직후의 이른 시간에는 모두들 활동하고 있지만, 밥시간 이후에는 하나둘 낮잠 모드에 돌입하니 ‘활기차게 놀고 싶다면 이른 시간에’, ‘나른하게 함께하고 싶다면 저녁 시간을 추천’ 한다는 것.
내가 방문한 시간에는 고양이들 대부분이 활기차게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었다. 바깥은 여전히 눈이 쌓여 꽁꽁 얼고 있었지만 잠시 몸과 마음이 따끈해졌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낯선 나라에서도, 고양이들이 주는 힐링은 모두 똑같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