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다가올 때면 곳곳에서 "내년은 OO년 OO띠의 해입니다."라며 새해의 상징 동물을 강조하곤 합니다. 이처럼 해마다 상징 동물을 두는 것은 시간을 12가지 종류의 동물과 대응시키는 십이지(十二支) 동물 관념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며, 중국과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와 같은 십이지 동물이 확인됩니다.
그런데 십이지 동물에 강아지도 토끼도 들어가고, 심지어는 상상의 동물인 용도 들어가는데, 왜 귀여운 고양이는 들어가지 않는 것일까요? 십이지에 고양이가 들어갔더라면 '고양이의 해'나 '고양이띠'도 있었을텐데 말이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아는 십이지 동물의 구성은 놀랍게도 기원후 1세기 중국 후한(後漢) 왕조 시기(AD 25년 ~ AD 220년)에 작성된 <논형(論衡)>이라는 책에서 그대로 확인됩니다. 우리가 아는 십이지 동물은 기원 전후 시기에 생겨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사에서 신라 삼국통일의 주역으로 잘 알려진 김유신(595~673)의 무덤 둘레에서도 <논형>에 나타나는 십이지 동물의 조각상이 확인됩니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오래 전부터 중국처럼 고양이가 없는 십이지 동물 관념을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오랜 옛날 십이지 동물을 구성할 때 고양이를 빠뜨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아마도 처음 이런 관념이 생겨날 때 우리나라에 고양이가 흔한 동물이 아니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학계에서는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일대에 처음 고양이가 유입된 시기는 대략 기원전 200년 즈음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천 년 가량 전부터 고양이를 가축화하여 키우던 이집트와 비교하면 동아시아 일대에서는 고양이와 인간의 만남이 굉장히 늦어졌던 것이죠. 그렇기에 동아시아에서 십이지 동물이 생겨날 당시에 고양이를 낯선 동물이라 생각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흥미로운 점은 십이지 동물이 생겨나고 시간이 흐르자 점차 사람들이 "왜 우리가 아는 십이지 동물에는 고양이가 없지?"라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마치 우리처럼 말이죠. 한국과 일본에는 십이지 동물의 유래에 대한 여러 민간 설화가 존재하는데, 옛 사람들은 민간 설화를 통해 고양이가 십이지 동물에 들지 못한 이유를 이해하고자 하였습니다.
설화에 따르면 어느 날 신이 동물들에게 모이라고 한 후 선착순 12마리까지 십이지로 정하겠다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이때 고양이도 이 경쟁에 참여하였는데, 1등을 하고 싶던 쥐가 고양이에게 고의로 잘못된 정보를 알려주어 고양이를 십이지에 들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즉, 쥐가 고양이를 속여 십이지 동물에 들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죠. 옛 사람들은 이런 설화를 통해 고양이가 십이지 동물이 아닌 이유를 이해하는 한편,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는 이유까지 이해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고양이가 십이지 동물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는 옛날 사람들에게 고양이가 낯선 동물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날 한국에서 뜬금없이 2024년을 아르마딜로의 해로 삼는다고 한다면 굉장히 어색하고 당황스럽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고양이가 조금만 더 빨리 우리 선조들과 친해졌다면 오늘날 12년마다 '고양이의 해'를 맞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언젠가 시간 여행이 가능해지면 누군가 과거로 돌아가 십이지에 고양이를 추가해주지 않을까요? 그 날을 내심 기다려 봅니다.
내용 참고
송영숙, 2012 〈일본의 십이지(十二支) 유래 설화〉 《일본문화학보》 52.
※ 위 정보는 2024년 12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방문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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