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기독교 문화권에서 가장 큰 명절은 예수님이 탄생일인 크리스마스(Christmas)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은 크리스마스를 한 달 앞둔 11월이 되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된다.
어느 장소를 가보아도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다양한 장식물들과 루돌프 사슴코(Rudolph the Red-Nosed Reindeer) 같은 흥겨운 캐럴(carol)을 들을 수 있다.
스위스 취리히의 한 초콜릿 상점. 크리스마스가 한 달 이상 남은 시점이었지만 진열된 상품 대부분은 크리스마스와 관련되어 있었다. (2016년 11월 촬영) |
작년 11월 방문했던 테네시주 멤피스동물원도 그랬다. 동물원 곳곳에는 빨간색과 초록색으로 예쁘게 칠해진 장식들이 넘쳐났다. 그 중에서도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끈 것은 산타클로스(Santa Claus)의 썰매였다. 하지만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의 눈에는 산타의 썰매가 아닌 그 썰매를 끌 사슴이 더 눈길을 끄는 법이다.
그런데 썰매를 그는 사슴은 예상과는 다른 사슴이었다. 만화영화나 광고에 등장하는 산타클로스의 사슴들은 예쁜 장식을 한 귀여운 외모의 꽃사슴(Sika deer)들이었다. 하지만 그날 동물원에서 만났던 사슴은 그런 예상에 맞는 사슴이 아닌 덩치 큰 순록(Reindeer)이었다.
멤피스동물원의 순록들. (2017년 11월말 촬영) |
그런데 필자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미국인들도 많아서인지 동물원측은 순록이 산타클로스의 썰매를 끄는 이유를 비교적 자세히 설명해주는 안내판을 전시해두었다. 긴 설명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순록은 북극에서 일하는 산타클로스와 호흡이 잘 맞는 동물이다. 순록은 북극의 추위에 완벽하게 적응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많은 동물들은 북극의 추위에 견디지 못하지만, 순록은 두터운 털가죽과 강인한 호흡기를 가지고 있어서 그 정도 추위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필자가 산타의 썰매를 끌 것이라고 그동안 착각하였던 꽃사슴의 만주, 일본, 대만 같은 북극에서는 한참 밑에 있는 지역이 고향이다. 애당초 북극의 추위에는 맞지 않는 사슴이었다. 조금만 생각해도 금방 알 것을 작년 겨울까지 잘못알고 있었다.
또한 산타클로스의 썰매는 어린이에 줄 선물을 가득 실어야 한다. 따라서 체격이 크고 힘이 센 사슴만이 그 임무를 맡을 수 있다. 그러니 성체 수컷 기준 100kg 내외에 불과한 꽃사슴이 그 일을 하기에는 벅차다.
적어도 순록 수컷 정도의 덩치는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순록은 성체 수컷 기준 700 파운드(318kg)까지 자라고, 암컷도 370파운드(168kg) 정도까지 자란다.
멤피스동물원의 크리스마스 트리. (2017년 11월말 촬영) |
그런데 동물원측은 순록에 관한 재미있는 정보를 추가로 알려주었다. 수컷들의 뿔이 땅에 떨어지는 시기가 나이와 관련 있다는 것이었다. 나이 든 수컷들은 매년 12월, 젊은 수컷들은 이른 봄이 되면 뿔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 12월 말에 해당되는 성탄 전야에 산타의 썰매를 끌 순록 수컷들은 젊은 수컷일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드디어 성탄절 산타클로스의 썰매를 책임지고 있는 사슴에 관한 궁금증이 다 풀린 것 같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