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달포 전의 일이다. 그러니까 보신각의 종소리가 울리기 전날 평소 존경하는 선배로부터 새해 덕담과 함께 조그만 편액을 선물로 받았다. 이 편액 속에는 그림이 아닌, 글씨가 담겨 있었다. 바로 ‘오유지족(吾唯知足)’.
이 네 글자가 담긴 편액을 처음 접했을 때, 아주 난해한 느낌이었다. 네 글자를 하나처럼 만들었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언뜻 보면 해독이 어려운 부적처럼 보일 수 있다. 또 미지의 세계의 알 수 없는 부호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하, 좌‧우로 글자가 배열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노트펫 |
‘오유지족’은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지혜를,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가짐을 일깨워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자로 이 네 글자에는 공통적으로 입 구(口)자가 있다. 위, 아래, 오른쪽, 왼쪽, 사방에 입이 있는 모양새다. 만족할 줄 알면 사방에 입이 생긴다는 것이다. 입이 생긴다는 것은 먹을 것이 생기는 것이고, 먹을 것이 생긴다는 것은 뜻한 바가 이루어진 것이라는 게 선배의 설명이었다.
새해를 앞두고 평생 머릿속에 남을 덕담을 미리 건네받은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저 감사할 뿐이다. 여러분과도 이 덕담의 의미를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개인사를 소개했다. 반려동물산업에 몸담고 계신 모든 분들도 ‘오유지족’의 마음으로 올 한해 원하시는 것을 모두 성취하시길 바란다.
#2. 2016년 올해는 반려동물산업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 차원에서 반려동물산업 육성을 위한 태스크 포스(T/F)가 가동됐고, 4월 총선을 앞두고 동물복지 조항을 헌법에 명시하겠다고 공약을 내건 정당도 출범했다. 기존의 한 정당은 예비내각(섀도 캐비닛)을 구성하면서 동물복지부를 신설했다고 밝혔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정치에도, 정책에도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인구가 늘면서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동물복지는 더 이상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과제로 격상되고 있다.
정치적 셈법이든 아니든 관심은 변화를 이끌게 되어 있다. 그런 만큼 정부의 움직임도, 정치권의 관심도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반려인 스스로가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져야 기대하는 바가 현실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무관심은 퇴행적 결과만 낳을 뿐이다. 반려인의 관심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3. 시인 구상(1919~2004)은 그의 시 ‘새해’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지 않으면 새해를 새해로 맞을 수 없다. 내가 새로워져 인사를 하면 이웃도 새로워진 얼굴을 하고, 새로운 내가 되어 거리를 가면 거리도 새로운 모습을 한다...<중략>...이제 새로운 내가 서슴없이 맞는 새해. 나의 생애, 최고의 성실로서 꽃피울 새해여!”라고 자성과 변화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한마디로 세상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내가 변화하는 것이 먼저란 얘기다. 아무쪼록 여러분 모두에게 웃음이 충만한 한 해가 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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