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의 생활 흔적을 원상복구 해달라는 집주인과 세입자간의 분쟁이 빈번해지면서 이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표준계약서의 마련 등 새로운 원칙이 요구되고 있다.
30대 후반 김모씨는 2년 여 전 이사 나올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잔금을 치르면서 집주인과 싸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가장 속이 상했던 부분이 바로 '원상복구'였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원상복구인지. 분쟁이 많다보니 최근엔 계약서에 적시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는 그 원상복구.
김모씨는 당시 집주인이 마치 새집을 내놓으라고 생떼를 쓴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화가 치밀었다. 바로 그날 이사갈 집에 잔금을 치러야 하는 형편이라서 집주인이 제멋대로 공제한 200만원을 결국 떼이고 말았다. 그 집주인으로부터 결국 아무런 수리 내역서를 받기 못했기에 떼인 것이다.
김모씨는 여전히 속이 상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보니 그 집주인의 행동 중 일부는 이해가 간다고 한다.
원상복구 부분중 하나는 김모씨가 키우던 강아지 3마리 때문에 거실마루가 일어난 것이었다. 같은 자리에만 소변을 보고 때로는 그 곳을 긁다 보니 결국 마루가 일어나고 말았다.
4년을 살기는 했지만 김모씨가 첫 입주자였던 새 아파트였다. 다음 세입자로서 냄새는 그렇다치고, 그 일어난 마루를 보면서 한숨 지을 일을 생각한다면 수리해 주는게 맞았다.
그래도 물때가 낀 베란다의 페인트칠, 생활긁힘의 무조건적 복구 등의 이유로 200만원 받아 낸 집주인의 요구가 과했다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단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면서 세입자가 키우는 반려동물을 우려하는 집주인들도 늘고 있다. 자신도 키운다면 이해하는 한편으로 아마 반려동물들 때문에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을 더 잘 안다.
그래서 더더욱 세입자가 집에서 이사나갈 때 더 자세히 보게 된다. 벽지나 문을 긁어 놓지 않았는지 혹은 구멍은 나지는 않았는지, 특정한 곳에서 심한 냄새가 나지는 않는지 등등 말이다.
이런 부분이 발견되면 서로 언성을 높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집주인은 당연히 원상복구하라고 할테고, 임차인은 별로 심하지도 않은데 왜 벽지를 통째로 갈아야 하며, 구멍 쯤은 메우면 되지 않느냐고도 목소리를 높이게 된다.
불행하게도 이런 반려동물 관련한 부분에는 아직까지 마땅한 기준이 없다.
전세가 없는 일본에서는 반려동물 양육에 따른 원상복구 조항이 항목별로 마련돼 있다. 그런데 이보다 앞서 통용되는 것이 있다.
보통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하면 세입자는 월세 한두달치를 미리 더 낸다. 단순한 보증금이 아니고, 반려동물 양육에 따른 건물 원상복구를 위한 돈이다.
대부분 집을 나올 때 한달치는 돌려받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에 가서 처음 집을 구한 이들은 이 부분에 대해 매우 분개한다. 하지만 이는 일본 사회에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는 월세집도 매우 한정돼 있는데 이런 형편이 반영돼 있다. 일본에서는 반려동물 양육을 집의 가치를 떨어 뜨리는 요인으로 간주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세입자 입장에서 분명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이에게 세를 줘야 하는 집주인이다. 이사를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싶다면 서로의 입장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집주인이면서 세를 사는 이들도 많고, 세입자라고 항상 세입자로 살지는 않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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