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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즈 네신’(1915~1995)은 터키가 낳은 풍자문학의 거장으로, 세계적인 작가다. 국내에도 애독자가 많다. 그의 작품 가운데, ‘당나귀는 당나귀답게’, ‘개가 남긴 한마디’, ‘이렇게 왔다가 이렇게 갈 수는 없다’ 등이 번역 출간돼, 꾸준히 읽히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이솝 우화’의 주인공들처럼 개와 고양이는 물론이고 당나귀, 원숭이, 까마귀, 늑대 등 많은 동물이 나온다. 비뚤어진 세상을 풍자함에 있어 특정 동물에 비유하는 게 여러모로 낫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개가 남긴 한마디’란 풍자 소설은 그의 작품 가운데 백미로 꼽힌다. 오래 전에 출간됐지만, 요즘 세상과 비교해도 낯설지 않은 책이다.
개가 유언을 남겼다는 허무맹랑한 얘기에 콧방귀를 뀌고, 호통을 치던 재판관이 자신에게 금화를 남겼다는 말 –사실상 뇌물이지만- 에 태도가 돌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얼토당토 하지만 그래서 풍자다.
얘기인즉슨 이렇다.
주인공인 ‘카슴’은 자신과 14년간을 함께 살아온 반려견 ‘카바라쉬’가 죽음을 맞이하자, 성대하게 장례식을 치러주려 한다. 그러나 개의 장례식은 율법에 어긋나는 일. 그래서 주인공은 자신의 아이가 죽었다고 거짓말까지 한다. 하지만 관을 매장하려는 순간 개의 꼬리 때문에 들통이 나고 만다.
결국 주인공은 법정에 서게 된다. 재판관은 율법을 어겼다며 카슴을 윽박지른다. “이 미친놈아! 개가 어떻게 유언을 할 수 있단 말이냐?”고 호통을 친다.
그러나 카숨이 ‘개가 유언으로 재판관인 당신에게 금화 오백 냥을 남겼다’ 고 하자, 재판관은 표정을 바꾸며 “신의 이름으로 고인(카바라쉬)의 명복을 빌겠다”고 말한다. 게다가 “고인이 무슨 말을 더 남겼느냐”고 되묻기까지 한다.
금화 오백 냥이 죽은 개를 고인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작가는 풍자의 이름을 빌려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세게 한 방을 날린다. 읽는 이에게는 카타르시스를 안겨 준다.
만약 개들이 이 책을 읽었다면 어떤 말을 남겼을까. “금화 오백 냥이면 사람도 될 수 있구나!”, “재판관 잘 났어~정말!”, 아니 더 한 말을 남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마 후자에 가깝지 않을까.
시선을 내부로 돌려보자. 우리는 ‘개식용’과 ‘반려견’이란 말이 혼재하고 공존하는 참으로 오지랖 넓은 세상에 살고 있다. 이제 ‘복날’도 다 지나갔다. 하지만 개들의 입장에서 복날은 인간이라는 ‘권력자의 횡포’요, ‘극단의 부조리 한 행위’라 여길 것이다.
그렇다면 복날을 견뎌 낸 개들이 한마디 한다면 어떤 말을 할까. ‘휴~우, 용케도 살아남아서 다행’이라고 읊조릴까. 혹여 이정도로 끝내지는 않을 것이다. 최소한 “복날이 뭐라고 호들갑이여!”, “여보시게, 인간 나리들! 누구의 말처럼 ‘아직도 배고파요?’” 정도의 말은 내뱉지 않았을까.
여러분은 어떤 말들을 했을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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