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주말. 아직 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날씨였다. 그래서 그날 사람들의 옷차림은 아직 봄이 아닌 겨울이었다.
그날 필자는 월미도에 있는 애견카페에 갔다. 물론 애견카페 방문만을 이유로 월미도에 가지는 않았다.
유람선도 타고 맛있는 회도 먹을 목적도 있었다.
애견카페에는 시베리언 허스키, 시츄, 아프간 하운드, 페키니즈, 올드잉글리시십독, 아메리칸코카스파니엘 같은 다양한 품종의 개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중에서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개는 제일 덩치가 큰 세인트 버나드였다.
세인트 버나드는 덩치는 크지만 매우 유순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의 장난도 잘 받아준다.
세인트 버나드를 말로 착각하고 타려는 초등학생 |
그런데 초등학생 한 명이 마치 말을 타듯이 타보려 하였다. 물론 시늉만 내고 타지는 않았다.
잠시 후에도 또 다른 여자 아이 한 명도 개를 타려 하였다. 다행히 그 여자 아이도 타지는 않았다.
짓궂은 아이들의 이런 장난에도 세인트 버나드는 성질 한 번 내지 않고 다 받아주었다.
만약 다른 개들 같으면 가만히 있지 않고, 성질을 부렸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씨 좋은 세인트 버나드는 마치 “아이들은 원래 그러는 거야.”하는 표정만 짓고 그냥 넘어갔다. 그 개의 순한 성격이 그대로 나타났다.
세인트 버나드를 말로 착각하고 타려는 또 다른 초등학생 |
세인트 버나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개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큰 견종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 개는 로마인들에 의해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전해진 개로 추측된다.
세인트 버나드는 지난 수백여 년 동안 알프스의 산 속에서 길을 잃은 많은 조난자(遭難者)들을 구조하는 인명구조견 역할을 하였다.
한 눈에 봐도 세인트 버나드는 마스티프 계열의 개임을 알 수 있다.
이 개의 어깨 높이는 최소 65cm이며, 몸무게는 64~77kg 내외다. 보통 체구의 성인 남성 체중에 맞먹는 거구다.
세인트 버나드는 단모종과 장모종으로 나눌 수 있다.
장모종의 경우, 19세기 경 세인트 버나드 단모종과 뉴펀들랜드와의 교배를 통해 탄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국내에 있는 이 세인트 버나드들은 대부분 장모종에 속한다.
그런데 몇 년 전 제주 개장수 사건에서 나타나듯이 세인트 버나드는 덩치가 커다는 이유로 식용으로도 곧 잘 사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세인트 버나드 같은 명견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이 개는 그저 살아있는 고깃덩어리임에 불과할 뿐이다. 개탄스러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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