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잭 러셀 테리어 한 마리를 분양했다. 수컷인 이 녀석은 1년이 좀 넘었는데 사실 그간 나에게는 골칫덩어리였다. 잭 러셀 테리어 종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고 데려 왔으나 그 예상이 빗나갔고, 1년 가까이 우리 가게에 있으면서 그간 사료를 축내던 녀석이었다.
1년이 넘었다면 사실 분양은 물건너갔다고 봐야 하는게 맞다. 나의 분양 전략이 실패한 셈이다.
잭 러셀 테리어는 미국에서는 꽤 인기가 있어 단골로 영화에 출연한다. 그렇게 크지도 않은 체구에 생기발랄함이란 외면할 수가 없다. 하지만 워낙 활동량이 많다보니 아파트나 마당이 없는 주택에서는 현실적으로 키우기 참 버거운 녀석 중 하나다.
그래서 아파트에서 사는 분이 키우겠다면 나부터도 말릴 수 밖에 없었다. 어차피 컴플레인이 들어올게 뻔하니. 이 녀석은 운이 좋은 녀석이었다.
분양이 안 돼 나는 이 녀석을 데리고 있을 만한 곳을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종견용으로 보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무료로 말이다. 수컷이라면 종견으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삶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 녀석은 미남형이어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도 생각했다.
뜻밖의 일이 그 녀석에게 일어났다. 종견으로 받아줄 곳과 연락이 닿았고, 데려다 주기로 한 날이 됐다. 가게 문을 일찍 닫고 나서려던 찰나 단골 손님이 우리 가게를 찾았다.
이 녀석을 보러 왔다는게 아닌가. 이 손님은 잭(새주인을 만나 어엿한 이름을 가지라고 이름도 따로 지어주지 않고 잭 러셀 테리어의 앞에서 따와 부르던 터였다)을 어렸을 적 봤던 분이었는데 잭을 데려가 줄 분을 찾았다고 했다.
그 손님은 자기가 활동하는 카페에 분양글을 올렸고, 다른 카페 회원이 잭을 마음에 들어 했다. 그것도 우리나라 진정한 부자들이 산다는 성북동에 사는 분이라했다. 당연 내가 바랬던 대로 마당도 있는 집이었는데 마당공사 중이라고 해서 일주일을 더 있다가 잭은 그 집으로 들어 갔다.
한 시간만 그 단골 손님이 늦게 왔더라도 잭의 견생은 판이하게 달라졌으리라. 잭은 사람이 보기에 견생으로서는 꽤 괜찮은 역전을 이룬 셈이라고 본다.
모든 개가 잭처럼 될 수는 없는 법. 잭이 입양가던 비슷한 시기에 우리집에는 말티즈 한 마리가 들어 왔다. 이 녀석은 원래 할아버지와 할머니 노부부가 키우던 개였다. 자식들이 노후를 외롭지 않게 보내시라 분양해 드린 개였다.
끊임없이 낑낑대는 버릇과 혼자 있으면 집안을 어지럽혀 놓는 통에 그만 노부부가 1년 만에 만세를 부르고 말았다. 이 녀석은 훈련이 잘 돼 있지 않아 다른 집에 보내도 주인을 힘들게 하기는 마찬가지일 터였다. 그래서 훈련소 쪽으로 보낼 수 밖에 없었다. 부디 그곳에서 변신에 성공해서 좋은데로 들어가길 바란다.
개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운명이라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가게에는 천덕꾸러기 녀석이 하나 더 있다. 화이트 포메라니언 암컷이다. 그런데 이 녀석은 우리나라 사람들과 좋아하는 모습과는 달리 덩치가 좀 있다. 이 녀석 앞에는 어떤 견생이 펼쳐질까나.
'우리동네 애견숍 24시'는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에서 12년째 하안애견을 운영하고 있는 전광식 사장님의 경험을 담아낸 코너 입니다. 전 사장님은 모습은 다소 거칠어 보일지라도 마음만은 천사표인 우리의 친근한 이웃입니다. 전광식 사장님과 함께 애견숍에서 어떤 일들이 있는지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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