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시는 분이세요? 애견미용하는데요. 네? 남자분이 애견미용을 하신다고요?"
아직도 남자 애견미용사는 이쪽 업계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존재다. 애견미용대회에 가보면 남자 미용후보생은 여전히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찾기 힘들다. 그러니 이미 남자 사람 미용사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없지만 남자가 강아지 미용한다고 하면 좀 신기하게들 본다.
"사장님이 직접 미용하시는 거예요?" "네, 제가 미용하는데 왜 그러시죠?" 언젠가 한 번은 아주머니 손님이 강아지 미용을 맡기러 와서 나 혼자 있는 것을 보고 이렇게 물었다. 이해도 갔다.
한 때 애견숍이 돈이 된다는 소리에 너도나도 애견숍에 뛰어들던 시절이 있었다. 애견미용사를 고용했다면 상관없겠지만 출발이 그렇지 않았다면 당연히 손님들이 그리 생각할 만했다. 남성이자 가게 주인인 내가 직접 미용을 한다고 하니 그냥 대충대충 밀어버리거나 깎아 주는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한 것이다.
이런 의심 혹은 의아심은 아직도다. 어떤 손님들은 남자 미용사라면 자신의 소중한 강아지를 함부로 다루는것은 아닌지 걱정하기도 한다. 막 다루고, 때리고(?), 힘으로 누르고 해서, 스트레스를 주지나 않을까들 한다. 남자라서 받는 오해다.
그렇다고 그냥 뒷머리를 긁적이고 있을 내가 아니지. 강아지 미용을 맡기러 여러 곳을 돌아본 분들은 곰곰히 생각해 보면 잘 아실듯 싶다. 대부분의 미용 공간은 좁기도 좁거니와 밖에서 그 안을 들여다 보기가 힘들다.
이 부분 만큼은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우리 가게는 미용실이 꽤 넓은 편이다. 특히 바깥면을 통유리로 해놨다. 밖에서 미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끔 말이다. 가게 안에서 내가 미용하는 뒷모습을 볼 수도 있다. 지금 가게로 옮기기 전 가게에서도 밖에서 미용하는 나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설계는 선입견에 대한 나의 방어 수단이기도 한 셈이다. 사실 밖에서 미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통유리 스타일은 애견 선진국인 일본과 미국에서부터 넘어 왔다. 요새 새로이 생기는 곳들도 차츰 통유리로 밖에서 자신의 개가 미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끔 설계하고 있다.
한편으로 가게 모습은 나 자신의 출발점을 나타내주는 것이기도 하다. 수의사면 수의사, 애견 미용사면 애견 미용사, 혹은 분양전문가이라며 분양전문가,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그 내부 공간의 설계가 결정된다.
동물병원의 경우 주력은 진료이므로 상대적으로 미용공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을 수 밖에 없다. 같은 애견숍이라도 그 가게의 공간 설계에서 주인의 이력이나 최소한 주력을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동네 애견숍 24시'는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에서 12년째 하안애견을 운영하고 있는 전광식 사장님의 경험을 담아낸 코너 입니다. 전 사장님은 모습은 다소 거칠어 보일지라도 마음만은 천사표인 우리의 친근한 이웃입니다. 전광식 사장님과 함께 애견숍에서 어떤 일들이 있는지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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