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애견 쪽에 발을 딛은 것은 반려견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애완견 열풍 때문이었다. 2001년 쯤인가 그때도 지금 못지 않게 애완견 열풍이 불었다. 반려동물이라는 말은 2010년쯤 동물보호법이 개정된 이후부터라고 본다.
그때 방송에서도 애견숍과 애견미용을 유망업종으로 꼽았다. 특히 결정적인 계기는 남자 미용사가 개 발톱을 깎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전 일에 회의를 느껴 다른 일을 찾고 있던 찰라 그 남자 미용사는 딱 나의 미래 모습이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이쪽에 뛰어든 뒤 버린 습관이 하나 있다. 지금은 말하기 송구하기까지 하지만 나는 그전까지 보신탕집을 찾아 다녔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먹어왔던 대다 이전 회사는 육체적 힘을 많이 쓰던 곳이어서 거리낄 것이 없었다.
회사가 있던 서울 목동과 신정동 일대 그런 집들이라면 줄줄이 꿰차고 있었을 정도다. 그런데 이쪽에 뛰어 들면서 신기하게도 그 음식에 대한 생각이 뚝 사라졌다.
재작년엔가 어머님께서 옆집에서 가져 오셨다며 한 그릇을 주셨다. 차마 거절하기 어려워 받아든 순간 참기 힘든 냄새가 났다. 물론 그것은 싱크대에 고스란히 처박혔다. 주변에 보면 나처럼 원래는 먹었으나 끊은 분들이 꽤 있다. 그런데 사연도 가지가지다.
한 아저씨도 냄새 때문에 끊은 경우다. 이 분은 어릴 때 먹어 왔지만 개를 키우면서 한동안 음식을 가까이하지 않았다. 개들을 키우는데 어찌 내가 그걸 먹으랴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날 회사에서 회식이 있었는데 하필이면 그곳이었다. 거절하기 어려워-사실 많은 남자들이 꺼려 하면서도 분위기상 먹어야 되는 경우가 많다- 그날은 먹었다고 한다.
회식이 끝난 뒤 집에 갔더니 개들이 자신을 보고 평상시와는 다르게 아주 사납게 짖더란다. 다음날 왜 그렇게 짖었을까 궁금해진 이 분은 주변분들에게 물어 봤다. 그랬더니 개들은 사람의 옷과 몸에 밴 냄새를 알아본다는 말을 들었다.
집에 있던 개들이 몸에 밴 냄새를 갖고 다른 개가 침입한 것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그말을 들은 뒤로는 더더욱 정내미가 떨어져 버렸단다. 개귀신이 씌었을 지도 모를 일이니까.
식용문화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그런데 혹시 길거리를 보면서 달라진 점을 보지 않았는가. 10여 년 전만 해도 우리 가게가 있는 골목에도 1, 2곳의 식당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특히 새로 문을 여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됐다. 굳이 찾아본다면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산속 어디쯤일 것이다.
이미 대놓고 먹는 것은 물론이고 구태여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먹는다고 이야기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당장은 눈앞에서 확 바뀌지는 않겠지만 시간을 두고 사라져갈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동네 애견숍 24시'는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에서 12년째 하안애견을 운영하고 있는 전광식 사장님의 경험을 담아낸 코너 입니다. 전 사장님은 모습은 다소 거칠어 보일지라도 마음만은 천사표인 우리의 친근한 이웃입니다. 전광식 사장님과 함께 애견숍에서 어떤 일들이 있는지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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