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냄새만 맡고 가는 아리. |
[노트펫] 나는 대학생 때는 일부러 빵집을 기준으로 여행 동선을 짤 만큼 빵을 좋아했다. 대전의 성심당을 포함하여 우리나라 3대, 5대 빵집으로 불리는 군산의 이성당, 전주 풍년제과, 안동의 맘모스빵집……. 부산에 가도 유명한 먹거리가 많지만 빵집을 돌면서 각종 빵을 맛보는 게 즐거움이었다.
지금은 취향이 변해서 그때보다는 밥을 더 좋아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새롭거나 맛있는 빵집은 잘 지나치지 못하고 꼭 들어가서 빵을 골라본다. 그렇게 빵을 사오는 나를 가장 반기는 것은 남편이 아니라 바로 제이다.
고양이들에게는 사람 음식을 주지 않는 것이 기본이지만, 고양이들도 각자 나름대로의 취향이 있는 것 같다. ‘고양이’ 하면 떠오르는 것은 오히려 생선 같은 것인데, 우리 집에서 고양이로부터 사수해야 하는 1순위 음식은 바로 빵이다.
다른 두 고양이는 테이블에 빵을 놓고 먹고 있어도 별로 관심이 없고, 관심을 보인다 해도 바스락거리는 비닐 포장지만 물어뜯는 정도인데 제이는 빵을 보면 아주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타입이다.
처음에는 눈치를 보면서 빵 접시 근처에 살포시 자리를 잡고, 한쪽 앞발로 재빠르게 빵을 낚아채는 것이 제이가 자주 쓰는 수법이다. 다소 과감해질 때에는 내가 손에 들고 있는 빵을 앞발로 쳐서 떨어뜨릴 때도 있다. 그럴 땐 어찌나 재빠른지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다. 먹으면 안 된다고 주의를 줘도 이때만큼은 듣는 척도 하지 않는다.
물론 빵에는 우유나 버터 등 유제품이 들어가기 때문에 고양이가 좋아할 만한 냄새가 난다고 한다. 하지만 직접 빵을 만들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빵 한 덩이를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양의 설탕이 들어가는지.
사실 빵을 좋아해서 한창 부지런할 때는 직접 구워본 적도 있는데, 그때 설탕이나 소금, 버터 같은 것을 컵으로 들이붓다 보면 먹는 것은 오히려 죄책감이 느껴질 정도다.
사람이야 괜찮다지만 몸집이 작고 소화 능력이 다른 고양이들에게는 해로울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빵은 주지 않는 것이 좋다. 고양이에 따라서 당장은 탈이 되지 않더라도 결국 몸에 독이 되고 각종 질병을 야기할 수 있다. 특히 초콜릿이 들어간 빵은 더더욱 주의해야 한다. 사람의 ‘한 입’이 고양이에게는 굉장히 많은 양이 될 수 있다.
물론 제이의 마음은 이해한다. 빵순이 유전자를 지니고 태어난 생명체라면 누구나 빵을 참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앞뒤 재지 않고 달려들 정도로 좋아하는 음식은 그냥 조금 먹을 수 있게 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아직 어린 제이에게 해가 될까봐 나도 필사적으로 빵을 사수하곤 한다. 물론 날렵함에서 뒤지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혼자 먹는 게 미안하니까 재빨리 내 입안에 넣어 없애버리는 게 팁이라면 팁이랄까?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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